한국일보

조계사 종소리

2019-04-25 (목) 07:44:42 서윤석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워싱턴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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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아래 수백 년째
경복궁 높은 담 따라 들려오는
새벽 네 시에 탁탁탁 목탁소리
이어서 울리는 두웅 두웅 조계사 종소리

625 사변에 폐허가 됐던 이 거리
419 때 학우들이 피 흘렸던 거리
그 부상자를 돌보던 의대생들
혁명 후 교통정리를 하며 휘파람을 불던
그 젊은 대학생들 지금 다 어디에 있을까?

그때처럼 4월에 비가 내린다
손을 잡아주지 못했던 4 16 세월호 참사 아이들
3 26천안함 병사들의 영혼이 우는 4월
밤 거리에서 정권을 바꾼 촛불 집회
나라를 염려하는 대한문 앞 태극기 집회

아! 잔인한 4월에 비가 내린다
예수님 마저 십자가에 못박혔던 4월
일제가 뽐내던 중앙청 돌담이 헐리고
새로 복원된 광화문 광장에도
충무공 칼집에도 세종대왕의 용포에도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에도 비가 내린다

중생들의 소망이 담긴
부처님 기다리는
조계사 꽃등에도 비가 내린다
수 천 년 세월 끝나지 않는 시름에
오늘도 어느 스님 잠 못이루고 울리는
빗 속에 들려오는 두웅두웅 새벽 종소리

<서윤석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워싱턴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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