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활절에 짚어보는 ´창조론 vs 진화론´ 논쟁
이달 21일은 예수 그리스도가 죽은 지 사흘 만에 되살아난‘부활절’이다. 부활의 기쁨을 나누기에 앞서 기독교인들은 40일간 이어진 사순절의 마지막 기간으로 고난 주간을 보내며 예수의 고난을 묵상하고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예수의 부활 사건은 창조론과 더불어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 가장 차별화 되는 요소 중 하나다. 우주만물을 창조한 하나님이 죄 지은 인간에 대한 크신 사랑으로 독생자를 구세주로 보내주신 만큼 창조주를 향한 믿음은 예수 부활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지게 된다. 부활절을 맞아 창조론과 진화론을 둘러싼 미국사회의 현실을 짚어본다.
창조론 믿는 미국인 급감
기독교 정신을 건국이념으로 뒀지만 미국인 10명 중 8명은 진화론을 믿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지구상 생명체의 기원과 발달’에 대해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태초부터 지금과 같은 인간의 형태가 존재했다는 창조론을 믿는 미국인은 18%에 불과했다. 나머지 81%는 모두 진화론을 믿는다고 답했다.
진화론 중에서도 자연 선택이나 무작위 유전자 돌연변이에 따른 찰스 다윈의 진화론 신봉자는 33%였고 창조주가 생명체에 진화 능력을 부여해 다양한 생명체가 생겨났다고 보는 유신진화론(진화적 창조론)을 믿는 응답자가 48%였다.
유신진화론도 기독교 창조론의 하나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지만 대다수 기독교계는 인정하지 않으며 진화론에 더 큰 무게를 둔 이론이다. 창조론을 믿는 미국인은 2005년 42%, 2006년 51%, 2009년 31%에 이어 꾸준히 감소 추세다. 종교 그룹별 세부 조사가 마지막으로 이뤄진 2014년 기준 창조론을 믿는 기독교인은 42%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여호아의증인이 74%로 가장 높았고 복음주의 57%, 모르몬 52%, 개신교 47%, 가톨릭 29%, 이슬람 41%, 힌두교 17%, 유대교 16%, 불교의 13%가 각각 창조론을 믿었다.
진화론에 회의적인 과학계
인류 창조론을 믿는 미국인이 급감하는 것과는 달리 진화론에 문제를 제기하며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과학자들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진화론의 대표 인물인 찰스 다윈의 올해 사망 210주년을 맞아 ‘디스커버리 인스티튜트’는 진화론에 문제를 제기한 전 세계 과학자들이 최근 1,000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2001년 첫 발표 당시의 100여명보다 10배 늘어난 것으로 이중 한국과 미국의 한인 과학자 10여명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찰스 다윈이 제시한 생명체의 진화 증거들은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과학적인 문제를 제기한 공식 성명서도 발표했다. 다윈 진영에서도 일종의 반란이 일어난 셈이다.
창조론은 지금도 전쟁 중
다윈의 진화론이 20세기 최대의 거짓말이라고 할 정도로 과학자들조차 진화론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지만 창조론은 여전히 힘겨운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규 교과과정에서는 배척당하는 창조론 대신 진화론 위주로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진화론이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못하고 규명될 수도 없는 한계가 많아 의문투성이라는 과학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입증이 불가하다는 이유만으로 창조론은 배제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도 2018년부터 전국 고교생들에게 ‘창조론’을 가르칠 수 없게 하는 과학 교육 개정안이 2015년 발의돼 ‘창조론 말살 교육’이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때문에 이 같은 교육제도의 모순이 과학과 신앙이 서로 갈등을 빚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각성 노력도 진행 중이다. 일리노이의 위튼 칼리지는 대학 교육에서는 처음으로 생명체의 기원을 성경과 접목시켜 다루는 교재를 출판하고 신규 강의를 준비 중이다. 우주 생성을 설명한 빅뱅 원리나 창세기의 홍수 등을 과학적 이론과 성서적 시각에서 함께 다루게 된다.
종교인도 권위적 태도 버려야
창조론과 진화론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종교인들은 창조론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라는 요구를 자주 받는다. 하지만 성경은 과학 지식 전달을 위해 기록된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과학과 신앙이 조화를 이루려면 우선 진화론자들은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성경적인 면을 무시하지 말고 과학적 입증의 한계도 인정해야 하며 이와 동시에 창조론자들 역시 과학이 제기하는 의혹을 근본적으로 배제하려는 권위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4,000여명의 교인을 둔 메가 처치인 멘로 교회의 존 오트버그 담임목사도 최근 ‘바이오로고스 컨퍼런스’에서 “종교인들이 종교적 개념과 상충되는 과학적인 부분을 이유 없이 무시하고 배척하는 것은 온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방법이 아니다”며 겸손함을 갖추라고 조언했다.
또한 중세시대 수도원을 중심으로 안경이나 시계 발명 등 과학 기술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처럼 호기심이 타락을 부른다는 종교계의 가르침은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며 종교와 과학의 조화를 강조했다.
<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