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용용이와 딸기

2019-04-18 (목) 07:33:24 유영옥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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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키우던 반려견 두 마리가 4개월 간격으로 내 곁을 떠나 갔다.
한 마리 용용이는 17년을 살고 지난 늦은 가을에, 다른 한 마리, 딸기는 16년을 살고 올 이른 봄에 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개들에 대한 우리의 감정이 사람에 대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긴 세월을 같이 했으니 애틋하고 그립다. 사람처럼 두 마리가 성격과 습관과 식성도 다르다. 사랑으로 돌보아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나도 나이가 드니 최근 1년간은 돌보기가 힘들었다. 개가 늙고 힘들어 계단을 못 다녀서 안고 다녀야 할 때는 허리에 무리가 갔다.


요즘 백세 시대에, 노인이 노인을 돌보아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젊고 건강하던 시절이 지나서 나이가 들고 병이 들면, 사람이나 애완동물이나 돌보아주어야 하는 때가 된다. 특히 개의 경우에는 여행할 때도 다른 집이나 동물 병원에 맡겨야 할 때가 생긴다. 이럴 때가 큰 문제라고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 애들 생각을 하면 최근의 병치레와 죽을 때 모습이 생각나 잊으려고 노력을 했다. 그러다가 우리 부부보다 더 예뻐했던 아이들이 용용이와 딸기의 사진들을 정리하여 같이 보았다. 우울한 마음이 들어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사진들과 동영상들을 보고 나서 의외로 기분이 밝아졌다.

예뻤던 어린 시절을 비롯하여 함께 보낸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들이 거기에 있었다. 사람들의 기억은 망각과 착각으로 정확하지 않다는 생각을 새삼 떠올려본다.

사람에 대한 추억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부부가 같이 있다가 혼자가 될 수도 있고, 반려견과 같이 있다가 혼자가 될 수도 있다.

실버타운에는 많은 반려견들이 살고 있다. 같이 산책하는 것을 보면, 운동도 되고 서로에게 건강에 좋다는 생각이다. 그러다가 자연현상으로 한 쪽이 먼저 떠나고 혼자가 되었을 때, 우울했던 추억보다는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고 현명하게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이 든다.

<유영옥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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