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와 종교

2019-04-16 (화) 윤석빈/ 은퇴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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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같지않으면 결코 천국에 들어갈수 없다는 말이 성서에 기재되어있다. 비신자들도 이 말을 즐겨 인용해 쓰는 예를 보면 누구에게나 쉽게 받아 들여지는 언급인것 같다.
세상의 발달 속도에 보조를 맞추어 종교도 이제는 상당한 발달을 하였다. 기독교 발상지도 아닌 한국에서는 기독교에 들어오는 모든 돈의 절반을 성직자의 월급으로 쓰고 나머지 절반은 교회 유지비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한 사실은 종교의 제도화와 그 발달의 정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목회학박사를 비롯하여 기독교교육학박사와 종교교육학박사가 배출되는 것으로 보아 아이의 종교의 문제에 있어서도 그분야는 얼마나 전문화하고 발달을 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흥미있게도 근래에 한 심리학자(David Heller) 는 어린 아이들을 앞에 모아놓고 너희는 하나님을 어떤 분이라고 생각하느냐 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변들을 한데모아 하나의 책으로 엮어낸 일이 있었다. 이 책은 4세에서 12세의 어린이 40명을 선택하고 성별과 연령 그리고 인종별과 종교별의 고른 분포까지 고려한 종교심리 조사였다.


아이들의 응답의 우선적인 분석에서 발견된 현상은 아이의 신관념은 그 아이가 처해있는 직접적인 환경과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를테면 유대교의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유대교의 신념인 역사의 하나님, 선민사상 그리고 고난 당하는 민족과 하나님 의식들을 드러내고 힌두교 아이는 신도간의 뜨거운 단합과 명상과 신비를 통한 초월자 인식 그리고 철저한 헌신태도 등을 대체로 반영한다고 되어 있다.

4세에서 6세의 아이의 신관념은 유치하며 또 극히 자기중심적인데 비하여 더 큰 아이들의 신개념은 사회악과 인생불행의 현실을 고려하여 신의 존재의 여부를 의심하기도 하고 또 사후의 문제에 대한 사려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남자 아이들의 신은 매우 능동적이요 합리적인 속성을 드러내는가 하면 여자아이들의 신은 수동적이며 심미적이요 친밀감을 주는 신이라고 나있다.

아이들의 응답을 총괄적으로 분석해본다면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뚜렷한 테마가 들어있다고 저자는 나열하였다: 1) 신은 능력자로서 자기를 믿는 자에게 능력을 주며 어려운 일의 극복과 불가능한 일의 성취를 가능하게한다. 2)친밀의 신인 그는 신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를 친밀하게한다. 3) 신은 시공과 같은 물리적 장벽에 구애받지않는 무소부재한 존재이다. 4) 죽음과 불행 및 그밖의 미지의 세계가 있듯이 인간은 신의 전모를 다 알 수 없다. 그리고 그러한 신은 동시에 인간으로 하여금 불안감을 자아내게도 한다. 5) 신은 세계와 인간에게 모든 변화를 가져오는 장본인이다. 6) 신은 또 연결의 신으로서 인간만사를 서로 상호연결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말하는 신은 빛의 신으로서 우리의 밖과 안에 빛을 비쳐주는 존재라고 되어있다.

조사를 마치면서 이 심리학자는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순조로운 신앙심의 발전을 크게 방해하는 무서운 폐습이 있다는 결론을 제시하였다. 즉 어른들은 예배의 출석에 지나친 강조를하여 신앙의 질을 등한시하고 문자와 글자의 의식속에 치우친 나머지 그속에 담긴 영을 파악하지 못하며 만사를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양극화하고 비상습적인 견해를 허용치않아 아이의 시야를 좁힌다는 폐습을 저자는 들고있다.

<윤석빈/ 은퇴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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