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학과 종교와의 묘한 관계

2019-04-13 (토) 김명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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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지구를 돈다. 1473년 2월19일 폴란드에서 태어난 코페르니쿠스가 이 가설을 뒤집는다. 가톨릭사제이며 천문학자였던 코페르니쿠스. 1543년 5월24일 세상을 뜬다. 70년을 살며 남긴 그의 업적은 지동설의 재발견이지만 과히 혁명적이다. 중세 가톨릭 교황의 영향은 국왕들을 무릎 꿇게 하는 권위의 상징이었다.

이런 상황 하에 지동설을 주장한 건 가톨릭에 대한 반격이었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에 영향을 받은 건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타르코스였다. 아리스타르코스의 지동설 주장은 1,700여 년간 묻혀 있었다. 이걸 재발견하여 다시 주장한 게 코페르니쿠스다. 지금은 어린아이도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음을 알고 있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건 진리다. 진리란 무엇인가. 거짓이 아닌 게 진리다. 믿을 수 있어야 진리다. 지구가 납작하다고 믿었던 시대. 지구가 둥글다면 거짓이었다. 진리와 거짓이 뒤바뀐 상황이다. 1,700여년 동안 묻혀 있었던 진리가 한 사람에 의해 다시 빛을 발했다. 그리고 거짓된 논리는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코페르니쿠스 이후의 갈릴레오 1564년 2월15일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 코페르니쿠스가 죽은 지 21년 후. 그리고 1642년 1월8일 죽는다. 77년간의 갈릴레오의 업적. 대단하다. 그는 망원경을 개발해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래서 저술한 <천문학 대화>. 그러나 가톨릭의 검열에 걸려 그는 구속된다.

태양계의 중심이 지구가 아님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 그를 옹호했던 갈릴레오. 그는 철학자, 과학자, 물리학자, 천문학자였다. 결국 그는 가톨릭의 종교재판에 회부돼 1633년 종신징역형을 받았다. 그러나 자신의 논리를 포기한다고 선언한 후 감형된다. 그리고 가택연금으로 살다 1638년 완전 실명했고 불행하게 최후를 맞는다.

왜 진리가 거짓으로 둔갑할까. 진리를 진리라 했다고 종교재판에 회부된 갈릴레오. 가톨릭의 거짓된 종교재판에 의해 그의 말년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중세기의 마녀 사냥법 같은 올무에 그도 걸려들었던 거다. 과학이 발달해 전자망원경과 전자현미경으로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우주와 인간의 실체. 거짓이 통하지 않는다.

종교와 과학. 종교는 전통을 유지한다. 또 교리를 갖고 있다. 과학은 전통에 연연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찾는다. 과학과 종교 간의 묘한 관계.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충돌론(제거론), 분리론, 조화론(친화론). 중세기 가톨릭의 종교재판은 제거론 중 하나다. 종교와 과학이 상충되며 상대방을 제거하려고 시도했다.

예를 들어, 지동설로 인해 기독교교리가 위협을 받게 된 가톨릭교회. 지동설 지지자들을 종교재판으로 강력히 제거하려 했다. 분리론은 종교와 과학간의 분리된 위치에서의 역할을 인정하는 거다. 그래서 진화와 창조 같은 것도 다른 해석으로 본다. 조화론은 종교와 과학이 조화를 이루며 서로 간에 배울 것이 있다는 견해다.

가장 좋은 관계는 조화론(친화론)이 아닐까. 과학이 접근할 수 없는 종교의 영적인 영역은 분명 있다. 또 종교가 접근할 수 없는 과학의 세밀한 영역이 있다. 이렇듯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 안에서 조화를 찾는 것이 좋지 않을까. 중세의 가톨릭이 조화론을 취했더라면 갈릴레오를 종교재판에 넘기지 않았을 것 같다.

한국에 갔을 때 대형교회의 한 젊은 주부와의 상담. 그녀의 말이다. 교회에서 창조과학론을 아이에게 교육한다. 지구의 나이는 45억년이다. 그런데 교회서는 6,000년 안에 지구가 창조됐다고 가르친다. 교회를 옮겨야 할 것 같다. 과학과 종교 간의 갈등이 실제로 노출된 케이스다. 정말로 지구 나이가 6,000년밖에 안됐을까.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가 살아 있다면. 젊은 주부의 말에 무어라 답할지 궁금하다. 교회를 옮기라 할까,

과학은 아직도 빅뱅이전과 생명의 신비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과학이 못 미치는 부분이 창조의 영역 아닐까. 서로 알지 못하는 것 때문에 조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과학과 종교와의 묘한 관계다.

<김명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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