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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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의 검은 그림자

2019-04-10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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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본의 지성인 이케하라 마모르가 한국에서 20여년간 살면서 보고 느낀 체험담중 일부이다. 이 여성에 따르면 한때 일본에서는 이른 바 생계형 매춘이 성행한 적이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이를 규제하기 위해 1958년 4월1일을 기해 매춘 금지령을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본의 여성들은 대학을 졸업하는 나이가 돼서도 밖에서 저녁때 늦게 돌아오면 아버지로부터 호된 매를 맞을 정도로 여성의 품행에 대해 매우 엄격했다고 한다.

그 당시 몸을 파는 여성들은 모두 어려운 집안의 생계를 돕거나 동생들 학비조달을 위해, 혹은 부모 등 가족의 병수발 같은 피치 못할 상황에 놓인 여성들뿐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당시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모두 가족의 절박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한국에서 접한 여성들의 실태는 외국여행을 간다거나 명품 백 혹은 고급 옷 등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채우기 위해 몸을 팔더라는 것이다.

그녀가 또 하나 꼽은 것은 바로 한국인들이 겁나게 마신다는 폭탄주다. 분위기에 따라 양주든 소주든 자유자재로 섞어 흔들어 마시는 폭탄주, 이 짬뽕 술이야말로 한국인들이 만들어낸 최상의 발명품이라고 그녀는 꼬집었다.


한국 사람들의 음주습관을 보니 우선 저녁을 먹으면서 마시던 술을 다음에는 살롱같은 곳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마신다. 그리고 마지막엔 또 나이트클럽 등지에 가서 새벽 동이 트기 전까지 부어라 마셔라 정신이 혼미해지도록 들이켜야 속이 풀려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분위기가 그렇다 보니 사건 사고사는 자연 많을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혼율, 자살률 외에 성 매매율, 1인당 술 소비율, 음주운전율, 음주운전 사고 등이 1위를 경신한다.

이 부끄럽고 한심한 기록 외에 뭐가 또 있을까? 예전엔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던 ‘마약’이 또 하나 여기에 추가되는 것은 아닐까 두려운 현실이다. 마약 복용, 투약, 밀매 등에 연루돼 검거되는 유명인들이 요즘 하루가 멀게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 승리가 연루된 클럽 버닝썬에서 직원의 마약투약, 유통관련 혐의가 드러나는 가하면, 성행위 촬영 유포 혐의로 체포된 정준영의 단톡방에서도 마약은어가 등장, 경찰이 조사를 하고 있다.

이어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가 마약 투약 및 매매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가하면, 황씨에게 마약 투약을 강요했다는 문제로 연예인 A모씨도 경찰에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는 또 국제변호사로 한국에 와서 한국인으로 귀화해 각종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던 방송인 로버트 할리도 마약복용 혐의로 입건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전에도 벌써 두 차례나 적발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줄줄이 이어지는 유명인들의 마약 관련사건은 한국사회의 현실이 어느 정도인가를 충분히 가늠하게 한다.

이들에게서 얻는 즐거움이 모두 마약을 상습 복용, 투약을 통해 나오고 있다 생각하니 오싹하고 불쾌한 느낌이다. 이런 사실이 어디 이들뿐일까.

현재 한국의 마약실태 상황은 날로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7 마약류 백서’에 따르면 2014년 9,984명, 2015년 1만1,916명, 2016년 1만4,214명으로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이미 국내 마약사범 30만명을 넘어섰으며 인구 10만명당 30명 선이나 된다.

이처럼 마약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마약비용이 저렴하고 구입이 용이한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을 방문하고 오는 미주 한인들은 한결같이 “한국이 너무 좋다”, “한국이 너무 잘 산다”. “역이민해 살고 싶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 화려하고 웅장해진 뒤안길엔 어둠의 그림자가 넘실거린다. 마약청정국이라던 한국, 그러나 이제 점점 마약에 찌들어가고 있는 한국인들, 이대로 가다간 머지않아 한국이 또 마약 세계 1위 기록을 갱신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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