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초토의 시 (Poem of the Wrecked)

2019-04-09 (화) 07:41:51 변만식 윤동주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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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상(具常, 1919-2009) 영문 번역(변만식)

땅이 꺼지는 이 요란 속에서도 Even in the chaotic crumbling of the
언제나 당신의 속삭임에 Earth, let me hear your whisper at all
귀 기울이게 하옵소서 Times. Let rainbow and phantom vanish
내 눈을 스쳐가는 허깨비와 무지개가 Away from the scene
당신의 빛으로 스러지게 하옵소서 For the sake of your glory

부끄러운 이 알몸을 가리울 Bestow upon me a single green leaf
풀잎 하나 주옵소서 So I could cover my ashamed naked body
나의 노래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My psalm is your love. Make my tongue
당신의 이름이 내 혀를 닳게 하옵소서 Burn out by repeated calling your name


이제 다가오는 불장마 속에서 Amidst the coming fire of the Deluge
노아의 배를 타게 하옵소서 Allow me aboard on the Ark of Noah
그러나 저기 꽃잎 모양 스러져가는 So I would be with herd of young lamb
어린 양들과 한가지로 있게 하옵소서 Like a withered flower which I am


구상 시인이 탄생한지 올해로 100년이 된다. 같은 저항시인 심훈, 이육사와 달리 구상은 조국독립의 염원을 믿음으로 승화 시키면서 신문학의 시대적 사명을 되새겨 나갔다. 그의 시 행간마다에는 피어린 나라사랑의 충정이 스며있다. 나도 우 렁찬 천상의 나팔소리 함께/동면 같은 무덤속에서 깨어나/그날을 그리며 흥겨움에 잠기리라’-“부활절”에서. 그는 말버릇처럼 포탄속에서도 진달래꽃은 피어남니다 라며 일제에 맞섰던 기도의 시인이었다. 서울(종로)에서 태어나 함흥에 있는 성 베네딕도 수도원 부설 신학교를 거쳐 일본 니혼대학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변만식 윤동주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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