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 절 하는 사람들
2019-04-04 (목)
주동완/ 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도쿄의 하네다 공항을 떠날 때였다. 마침내 비행기 문이 닫히고 비행기가 탑승구로부터 분리되어 뒤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 내가 앉은 좌석 창문 아래 저만치 미동도 않고 서있던 파란색 제복과 모자를 쓴 항공기 유도원이 양손에 빨간색 신호등을 들어 우리 비행기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우리 비행기가 뒷걸음질 치며 90도로 방향을 틀어 주활주로로 나가는 길로 방향을 제대로 잡을 때까지 그 유도원은 절도 있게 우리 비행기를 유도했다. 한 치의 실수도 하지 않으려는 듯, 집중해서 일을 하고 있는 유도원의 진지한 모습이 참으로 믿음직했다.
이제 우리 비행기는 잠시 멈추었다가 조금 더 속력을 내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때, 그 유도원은 비로소 자신의 임무가 끝난 듯 차렷 자세를 하더니 정중히 우리 비행기에 절을 했다. 창문을 통해 내가 그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때까지 그는 그대로 고개를 숙인 채였다.
‘유도원이 떠나는 비행기에다 대고 절을 하는 나라가 전 세계에 몇 나라나 될까?’하는 생각에 이르러 일본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갖는 마음가짐이 느껴졌다. 꼭 정해진 규정 때문이라기보다는 자기 나라를 방문해준 여행자들에 대한 고마움과 떠나는 승객들의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는 듯, 천천히 그리고 아주 정중하게 절하는 유도원의 마음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 아직까지도 그 유도원의 모습은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한 때 일본 사람을 팔팔 끓는 ‘냄비’에, 한국 사람을 은근히 달아오르는 ‘무쇠 솥’에 비유한 적이 있다. 아마 은근과 끈기가 있는 한국인의 우직하지만 진실된 민족성에 비해 변덕이 죽 끓듯 가볍게 행동하는 듯한 일본인의 민족성을 얕잡아 본 것이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본 일본인들은 그렇게 가볍지가 않았다. 진지하고 예의 바르며, 조용하고 남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일본인들의 성격은, 마침내 교과서에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인쇄해 넣을 정도로 더욱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정책과 구별되어야 한다.
2012년 8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이후 냉각되기 시작한 한일관계는 양국 정부 모두 좀 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또 그와는 별도로 한국과 일본 국민들 간에 더 많은 다양한 문화교류를 통한 국민 상호간의 이해 증진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그리하여 양국 정부 모두 먼저 상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올바른 정책을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일본에는 60만 명의 재일 코리안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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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완/ 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