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명

2019-03-28 (목) 08:02:26 백 순 시인 레스턴,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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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발한 벚꽃 축제를
황홀하게 바라보는 눈
누런 물기 흘러내리고
상큼한 참새 소리에
조심스레 기울이는 귀
얼굴이 찡그러지네

온 마을 뒤덮은 라일락 꽃 향기를
흠뻑 들이키려다가 가는 코
흥 흥 흥 흥 향취는 어디에?
구수한 김치찌개 한 술을
듬뿍 맛보는 잎
왜 이리 맛없는지?

보송보송한 그대의 손을
살며시 포개었던 손
온 몸을 불살랐던 천국
어디로 갔는지?
아무런 만짐의 느낌은 사라지고
아늑한 옛 일의 흐름 속으로

그렇게 당당했으나 줄거리로 살았던 삶
그토록 분명했으나 먼 곳 바라보았던 생명
이제는 당당하고 그리고 세련된 살아 감
지금은 분명하고 그리고 만지어지는 부활
거룩하심과 사랑하심이 언제나 나를 인도하리니

<백 순 시인 레스턴,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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