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첫 주택구입자, ‘첫술에 배부르겠다’기대는 금물

2019-03-28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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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율 비교하고 다운페이먼트 최대한 많이 내야

▶ 처음 집 살때 각별히 주의해야 할 점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 생애 처음으로 내 집 장만에 나선 구입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최근 5년 사이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해본 구입자라면 이 속담의 뜻을 몸소 느꼈을 것이다. 생애 첫 집을 마련한다는 꿈에 부풀어 주택 구입에 나섰다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매물 수준에 한번 놀라고 출혈을 마다하지 않는 구입자 간 경쟁에 두번 놀란다. 첫 주택 구입자의 실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구입 경쟁에 휘말린 결과 계획과 달리 무리한 가격에 주택을 구입하게 되는 재정적 손해에 내 집 마련에 대한 후회감이 들 정도다. CNBC가 인터넷 재정 매체 ‘너드월렛’(NerdWallet)이 첫 주택 구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인용, 첫 주택 구입 시 주의 사항을 정리했다.

■ 경험 부족에 따른 불리한 구입

너드월렛이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은 셀러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종종 불리함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주택 구입자들은 주택 구입의 첫 단계인 오퍼를 제출 단계에서부터 기회를 쉽게 잡지 못했다. 전에 주택을 구입해 본 재구입자의 경우 주택 구입 계약이 체결되기 전까지 평균 약 2.5건의 오퍼를 제출한 반면 첫 주택 구입자들은 약 1건 많은 평균 약 3.8건의 오퍼를 제출해야 했다.


첫 주택 구입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주택을 구입하는 비율도 월등히 높았다. 셀러측 호가인 리스팅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주택을 구입한 재구입자 비율은 평균 약 35%였지만 첫 주택 구입자 중에는 절반이 넘는 약 56%가 ‘웃돈’을 주고 주택을 구입했다.

첫 주택 구입자는 주택 구입 경험이 없어 협상 전략과 시세 정보력이 떨어진 데 따른 결과다. 따라서 예상치 못한 재정적 부담을 안고 첫주택을 구입하는 사례가 많다.

너드월렛의 조사에서 첫 주택 구입자 중 약 34%가 주택 구입 뒤 재정적인 불안감을 호소한 반면 재구입자 중에서는 약 17% 정도만 재정적인 부담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모기지 보험 업체 ‘젠워스 모기지 보험’(Genworth Mortgage Insurance)에 따르면 2017년 첫 주택 구입자는 전년도보다 약 7% 증가한 약 207만 명으로 가장 많은 연령대는 30~36세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너드월렛의 홀든 루이스 주택 시장 전문가는 “아주 낮은 가격의 오퍼를 제시하는 ‘헐값 오퍼’ 실수를 범하는 첫 주택 구입자가 많다”라며 “매물이 부족해 구입 경쟁이 심한 주택 시장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 전략”이라고 충고했다.

■ 이자율 비교하고 다운페이먼트는 최대한 많이

이번 조사에서 절반에 해당하는 첫 주택 구입자는 물론, 재구입자들까지 모기지 대출 은행들의 대출 조건을 비교하지 않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너드월렛에 따르면 전체 주택 구입자 중 약 50%가 한 은행을 통해서만 모기지 대출을 신청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2월 말 기준) 30년 만기 고정 이자율은 약 4.52%, 15년 만기 고정 이자율은 약 3.93% 수준이다.(뱅크레이트닷컴 자료).


너드월렛에 따르면 모기지 대출액 26만 달러를 기준으로 할 때 대출 은행 간 이자율만 비교해도 연간 약 430달러에 해당하는 이자를 절약할 수 있고 절약되는 이자액에 복리 이자를 적용할 경우 모기지 대출 만기까지 절약할 수 있는 금액은 더욱 높아진다. 너드월렛은 미국인들이 이자율 비교로 이자를 절약할 경우 첫해에만 약 7억 7,60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주택 구입자들에게 ‘다운페이먼트는 20%’란 생각이 고정관념처럼 자리 잡고 있다. 20%보다 낮은 비율의 다운페이먼트로도 얼마든지 주택을 구입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재정적인 손실이 매우 크다.

높은 다운페이먼트 비율로 주택을 구입할 때보다 납부해야 하는 이자액이 높아 같은 가격의 주택을 구입해도 만기까지 계산할 경우 훨씬 높은 금액의 이자를 내야하는 것이 가장 큰 손해다. 만약 주택 가격이 빠르게 올라 지금 당장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다운페이먼트를 충분히 모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유리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20% 미만일 경우 모기지 보험료를 별도로 납부해야 하는 비용 부담도 발생한다.

너드월렛이 연방 센서스국의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7년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20%를 넘었던 주택 구입자의 비율은 높지 않았다.

대출 없이 전액 구입한 구입자는 약 10%,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20% 이상인 구입자는 약 18%로 모두 합해도 약 38%에 불과했다. 반면 전체 중 약 32%에 해당하는 구입자가 5% 미만의 다운페이먼트로 주택을 구입했다.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약 6%~약 10%인 구입자 16%, 약 11%~20%인 구입자는 약 23%로 다운페이먼트가 20% 미만이었던 구입자는 전체 중 약 71%를 차지했다.

■ 모기지 페이먼트 예상 금액부터 알아보기

첫 주택 구입을 계획 중이라면 온라인 계산 프로그램을 이용해 구입 가능한 주택의 가격대를 알아보는 과정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온라인 계산기를 통해 현재 소득과 부채 현황을 기준으로 매달 납부 가능한 모기지 페이먼트 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생애 첫 주택 구입이 설레는 일이지만 너무 큰 기대를 갖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주택 구입 경험이 아무리 풍부해도 원하는 조건을 다 갖춘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눈높이를 낮춰 일부 조건을 포기할 각오를 하는 것이 첫 주택을 성공적으로 구입하는 지름길이다.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았을 때의 흥분감, 오퍼 제출을 앞두고 엄습하는 초조함, 제출한 오퍼가 거절됐을 때 피할 수 없는 실망감. 주택 구입 시 급격한 감정 변화를 경험하기 쉬운데 주택 구입 경험이 적은 첫 주택 구입자의 경우 불필요한 감정에 휘말리지 않도록 특히 조심해야 한다.

감정이 앞서다 보면 이성적인 판단에 방해가 돼 결국 주택 구입을 그르치게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주택 구입 과정 중 민감한 사안이 많기 때문에 감정 변화가 발생한다는 사실만 미리 알아도 급격한 감정 변화로 인한 실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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