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봄 처녀 제 오시네∼

2019-03-16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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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오시는고. 임 찾아 가~는 길에/ 내 집 앞을 지나시나/ 이상도 하~오시다/ 행여 내게 오심인가/ 미안코 어리석은 양/ 나가 물어~볼까나.” 이은상 작사, 홍난파 작곡의 ‘봄 처녀’ 전문이다.“

봄이 오는 소리가 온 누리에 가득하다. 나무 가지마다 새 싹이 움트고 있다. 봄의 찬란한 기운이 온 땅에 퍼지며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오는 21일이 춘분(春分). 24절기의 하나인 춘분은 밤낮의 길이가 같은 날. 이후부터 낮이 조금씩 길어져 하지(夏至/6월21일)까지 간다. 하지는 낮이 제일 긴 날이며 봄을 여름에 넘겨준다.

봄기운이 세상을 밝게 비치는 이 때, 우울한 소식도 들려온다. 미 역사상 최대의 대학입학 부정비리사건. 760여 가정에 2,500만 달러. 자녀 부정입학에 관련된 가정과 들어간 뇌물의 액수다. 보스턴연방지방검찰이 발표한 건 지난 12일. 부정비리는 2011년부터 금년 초까지 이어져 왔다. 유명인사들이 대거 관련돼 있다.


학부모들은 평균 20만 달러에서 최대 수백만 달러까지 뇌물로 주었다. 입학 콘설턴트 윌리엄 릭 싱어(58). 그의 자백으로 드러난 부정입학. 그들 때문에 제 실력으로도 떨어진 학생과 학부모들. 어떻게 보상해야할까.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건 본능에 속한다. 그래도 자식을 위해서라고 이렇게 부정입학을 시켜도 되는 건가.

미꾸라지 한 마리 헤엄쳐 다니면 맑았던 우물물이 흙탕물로 뒤집어 진다. 싱어 같은 사기꾼과 잘못된 학부모로 명문대학이 오물을 뒤집어썼다. 앞으로 부정입학사건 비리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두고 볼일이다. 과연 부정 입학으로 대학을 졸업하여 이미 사회인이 되어있는 학생들에겐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가 관건이다.

또 하나의 우울한 소식.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교통망에는 터널과 다리가 있다. 이미 100년이 넘은 것들이 많다. 지난 오바마 정권 때 이렇게 노후 된 다리와 터널들을 재 보수하거나 신설할 계획으로 수백억 달러의 연방지원이 약속됐었다. 그런데 민주당 텃밭인 뉴욕과 뉴저지의 정치색 보복성으로 트럼프가 취소해 버렸다.

트럼프의 정치보복. 이러면, 뉴욕과 뉴저지 주민들의 목숨까지도 우습게 아는 거다. 대통령감이 아니다. 대통령이라면 당을 떠나 우선 민생의 안전을 도모해야 하는 것 아닌가. 기분 나는 데로 예산을 삭감하는 대통령, 노후, 낙후된 터널과 다리가 무너져 내려 백성들이 죽어도 좋다는 얘기 아닌가. 정말 대통령 잘못 뽑았다.

이건 우울한 게 아니고 불쾌한 소식이다. 지난번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의 북의 반응이 벼랑 끝 전술을 택하는 것 같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5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사일 발사와 실험 중단을 지속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김정은위원장에게 달려 있다”며 미국과의 협상중단을 시사했다.

꼼수의 대가다운 김정은의 발상이다. 협상하는 척, 딴 수를 두고 있는 김정은. 미국이 간과할 것 같은가. 장사라면 두 번째를 서러워 할 트럼프. 밀당의 명수답게 정상회담을 일시에 깨버린 트럼프. 그의 속셈은 과연 김정은을 자기 무릎 앞에 꿇게 할 수 있을까. 두고 볼 일이지만 미사일이 미본토로 날아오는 건 막아야겠지.

겨울 내내 앙상한 가지만 보였던 나무 가지들. 완연한 봄볕에 기지개를 펴며 세상을 향해 새싹과 잎을 튀어 놓을 거다. 그러기 위해 뿌리들은 물길을 찾아 쭉쭉 뻗어 가고. 그리고 산등성 같은 도심 속 아지랑이 떠오르며 만물은 봄의 향연을 펼칠 것. 자연의 법칙을 의연히 따라가는 땅과 하늘의 순리. 그 속에 사는 인간상들.

미국 초유, 최대의 부정입학비리로 미국 땅이 들썩인다 해도. 트럼프가 예산삭감을 통해 뉴욕에 정치보복을 한다 해도. 김정은이 딴지를 걸며 다시 미사일 발사를 들먹인다 해도 묵은 겨울은 가고 다시 새 봄은 오는 거다. 인간이 자연만큼만 순수하고 질서 정연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봄 처녀 제~오시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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