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징검다리가 되어
2019-03-13 (수)
주동천 / 뉴저지 노스베일
오늘아침 형에게서 두 장의 사진이 카톡으로 왔다. 일주일에 두어 번 맨하탄 바닷가 풍경이 아니면 주말에 오버팩 공원의 풍경을 보내는 형이 오늘은 누우런 들판과 강물이 흐르는 갈대밭 오솔길의 평화스러운 사진을 보내왔다.
서울 남산근처에서 살았던 우리는 주말이면 남산 중턱 약수터를 오르며 운동을 하고 얘기도 나누며 야호를 외쳤다. 50여년 전 쯤 형이 미국 유학길을 떠나기 전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남산 길을 함께 걸으며 남은 가족으로 부탁하던 그 때의 형의 모습을 지금도 가슴깊이 간직하고 있다.
세월은 흘러 흘러 지난 45년 미국 생활을 형과 함께 했던 세월 속에 부모님과 소중했던 가족들도 우리 곁을 떠나갔다.
지난달 손주들도 볼겸, 매년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시니어 HALF 마라톤 대회에서 1등 상패를 들고 환하게 웃는 형의 사진은 우리 모두에게 용기와 자신감과 기쁨을 주기에 충분한 자랑스러운 형이었다.
플로리다 호숫가를 혼자 달리면서 평화스러운 그곳에서 우리 모두가 오래 오래 함께 살고 싶다는 형의 애틋한 글 속에서 따뜻하고 자상하셨던 아버님의 모습을 떠올렸다. 형이 보내온 두 장의 사진 속에 누우런 들판도, 지난여름 분명 파아란 생명들로 가득했던 들판이었고 바람에 흩날리는 누우런 갈대밭도 뭇짐승들이 숨어 지내던 무성한 숲이었는데, 지금 그 옆을 조용히 지나가는 강물은 그때의 물이 아닌 것을 우리는 안다.
형의 건재함은,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고 나의 건재함은 형이 살아가는 힘이 되는 것도 나는 안다. 이제 우리는 그렇게 서로 징검다리가 되어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얼마나 더 가야할 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진정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붙잡고 디디며 함께 가는 징검다리가 되어 남은 날을 살아갈 것을 의심치 않는다.
봄이 오면 누우런 들판과 갈대가 다시 그 푸르름을 되찾듯이 그리고 오솔길 옆 흐르는 강물이 시원한 봄바람에 춤을 추듯, 그렇게 다시 출렁거리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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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천 / 뉴저지 노스베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