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가슴에 넘쳐 쓰고픈 이야기들을 컴퓨터와 대화하면서 써내려 갔던 지속적인 열정은 가슴 밑 바닥에 쌓이는 재화(財貨)처럼 제한 없는 감동이 나를 기쁘게 한다.
나의 행복은 단순하고 작은 일상에서 찾아온다.
아침의 밝은 햇살이 방안에 가득 차 넘칠 때,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글 쓰기의 일상에서 벗어나 간단한 도시락을 싸들고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 앉는 봄 바다를 산책하고 싶다.
언제나 곁을 함께 해 주는 내 짝과 존스비치의 보드워크(Boardwalk)를 걸으며, 마주치는 사람들이나, 가볍게 스치는 미풍에게도 정다운 미소로 인사를 보내야지. 멀리 보이는 맑은 하늘과 짙푸른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 너머, 미지의 세상에도 넘나드는 파도 편에 행복을 기원하는 인사를 전해야지.
지난 달, 막내 딸이 출장 차 워싱턴 DC에 왔을 때, 박물관(National Gallery)에 들렸다. 그 곳에서 막내 딸이 사준 모네(Monet)의 그림책에 색칠을 하면서, 옛날에 어린 딸들과 함께 한 즐거웠던 추억이 오버랩 되었다.
딸들에 대한 뭉클하고 애틋한 감정이 내 맘속에 아름다운 시(詩) 한편을 새겨 놓는다. ‘취미는 인생의 양념이다’라는 말처럼, 우리들의 인생에 화려한 카덴차(Cadenza)를 연주 할 기회는 언제라도 주어지고, 인생 2모작이라는 역동적 삶을 제시한다.
`칠순을 바라보며 문단에 등단한 장모님을 위해 어떤 종류의 컴퓨터를 사드릴까?’ 밤새 고민 했다는 사위의 진심에 나의 기쁜 마음은 하늘을 날아 오른다. 작가들의 선호도 1위라는 작은 노트처럼 생긴 컴퓨터를 선물 받고, 어느 곳에서나 제약 없이 글을 쓸 수 있다는 즐거움은 경쾌한 선율이 되어 신체리듬에 활력소가 되어준다.
젊은 날, 미지에 대한 피상적인 열정이나, 지속 되는 청년기의 번민과 갈등의 궤도에서 벗어나 이제, 비워진 마음에 늘 같은 빛깔로 확연하게 채워진 심리적인 안정감이 나를 평안하게 한다. 연륜의 깊이는, 거리감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게 되며, 삶의 포괄적 이해가 반석처럼 마음의 받침대가 되어 준다.
감정의 기복 없는 노련함으로 마음속 깊숙이 은닉된 마법의 상자에서 조금씩 꺼내 반추(反芻)해 보는 추억의 보물들은 나를 행복감에 젖게 한다. 보석처럼 빛나던 젊은 날의 추억은 가슴 언저리를 적시며, 황혼의 삶에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
사회과학자들은 우리가 느끼는 주관적 행복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수량화 하기 위해
‘행복 지수’를 측정한다고 한다. 재화의 축적이나 성공의 여부, 긴 기대 수명이 그 결정적 요인은 아니다.
고백한다면, 나의 행복 지수는 일상에서 느껴지는 작은 기쁨과 고마움에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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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우/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