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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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결렬 이후의 북한을 생각한다

2019-03-06 (수) 김옥자/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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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으나 정녕 진짜 봄은 오지 않았다.

2월 한때 봄이 반짝 찾아오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달 28일 이 곳에서 회담을 시작한 지 4시간 만에 결렬을 선언하면서 하노이는 그 알량한 봄마저 잃었다. 멀리 남쪽 나라에서 올 낭보를 기다리던 한반도 역시 크게 당황하고 있고 북한 비핵화를 바라던 국제사회도 초유의 정상회담 실패에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사람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당사자일 게다.


더구나 각 북한매체들은 “대결과 반목의 악순환을 끝장내고 새롭게 도래한 평화 번영의 시대에 부응하려는 조미 최고 수뇌분들의 드높은 열망과 진취적인 노력, 비상한 결단”이라고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려 놓았던 터라 아무런 소득없이 외교실패를 이마에 새기고 평양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의 발걸음은 대단히 무거웠을 것이다.

문제는 궁지에 몰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이다. 우선 대외관계와 관련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경우의 수로는 문재인 대통령을 활용한 북미간의 중재, 중국에의 도움 요청, 북미 실무선의 재가동 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대화가 지속되기를 희망한데다 미국과의 파국을 원하지 않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서는 핵무기 추가실험이나 ICBM의 시험 발사 등의 도발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유의할 대목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북한내부에 대한 단속이다. 이번 정상회담 실패 후유증을 극복하고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위해 대내용 공포정치를 선택한다면 그것은 최악이 될 수도 있다. 국제사회로의 복귀가 난망해짐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고통 또한 심해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고모부 장성택과 이복형 김정남에게 가한 무자비한 처형과 암살에서 보았듯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잔인성은 전 세계가 목격한 바다. 많은 사람들이 정상회담 북한실무진들의 안녕을 염려하는 것도 그 이유이다.

따라서 미국, 한국 등 북한 핵문제의 당사국들은 북한의 완전하고도 즉각적인 핵시설의 전면폐기 뿐만 아니라 북한의 이런 극단적인 대내 공포정치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는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인권탄압문제로 또 다시 벼랑 끝에 몰릴 수도 있는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로 국제사회에 재진입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옥자/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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