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마루
2019-02-24 (일) 10:47:56
박 앤 워싱턴 문인회
먼 길 가다
잠시 내 집 들른 길손에게
요기할 아무것도 내어놓지 않고 보내면
더구나 그 사람이 아이 딸린 어미이면
그 집 용마루가 울음을 운다는데
허기져 돌아가는 처진 어깨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을 용마루
배고픔처럼 서러운 게 없는 거라고
계모 밑에서 밥 짓는 일로
어린 시절을 보냈어도
늘 배가 고팠다던 어머니
내 집 찾는 누구에게도
빈 입으로 보내는 일 없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배부터 채워야 제구실한다지 않는가
지금도 춥고 배고픈 이들은
어디든 있는 것이어서
늘 세상을 내려다보며 측은해하는
신의 마음을 헤아리다 보면
왠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이었다
<박 앤 워싱턴 문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