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버킷리스트
2019-02-24 (일) 10:47:40
박양자 워싱턴문인회
책 한 권엔 나무 두 그루 서 있다
활자 뒤편
당기고 밀고 받쳐주는 손끝에
나무는 무수히 흔들렸을 것이다
새들이 깃들어 둥지를 틀고
새벽이슬이 별빛 품을 때도
나무는 책을 예감하고 꿈꿨을 것이다
몸이 잘게 부서지고
몸속 셀룰로스가 빠져나가 펄프가 되기까지
신열 앓던 여덟시간
참고 견딘 삼십 년 침엽수
청보리밭 같은 시린
그리움에 숨이 멎을 것 같은 순간에도
나무는 만삭의 몸 끌어 안고
지었다 허물었다 또 고치는 집
바람 햇살 버무려 세상 맑게 빛내는 집
갈래갈래 뻗어 내렸던
뿌리가 숲 가운데서 꿈틀거린다
<박양자 워싱턴문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