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시시피에서 만난 사람

2019-02-23 (토) 최연홍/ 시인·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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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초 잠깐 미시시피 주의 수도 잭슨에서 가르치던 시절 나는 거기 신학교에 유학 온 한국의 청년들과 교류한 적이 있다. 유학생 가운데 목회자의 자격을 갖춘 분이 있어 미국 교회를 빌려 주일 예배를 시작한 추억이 아련하다.

그당시 미시시피에도 한국어로 예배하는 교회가 세워졌다고 AP 통신이 나와의 대담기사를 쓴 적이 있다. 기자는 왜 미국에서 한인교회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교인이 모두 열다섯 가정, 몇 안되던 교회였기 때문이었으리라. 그 때 내 대답은 아주 단순했다.

한인들 가운데 영어가 부족한 분들이 있어서 우리들끼리 모인다. 갈대는 갈대끼리, 낙엽은 낙엽끼리 모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주일 교회가 한인들의 모임처이고 안식처라고 대답했다. 미시시피의 초대교회였다.


그때 만난 청년 가운데 한 사람이 방선기, 오늘 그는 저명한 목사가 되어 내가 섬기는 교회에 와서 설교를 했다. 감개가 무량했다.청년 방선기는, 서울고 서울공대 출신으로 미국 신학교에 와서 공부했다.

방선기 목사는 직장선교로 유명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다수의 사람들은 일터에서 보내고 주일이면 교회 예배에 참석한다. 가정 밖에서는 일터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내 직장이 나와 내 가족을 살린다면 나는 그 직장에 감사할 수 밖에 없다. 방 목사는 그 일터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터를 하나님과 상관없이 돈을 벌고 있는 공간으로만 생각하는 듯 하다.

영어로 Job.Career Grower 로 생각하지만 방 목사는 Calling이라고 설파한다. 그렇다. 나와 같은 많은 이들은 일터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나는 대학과 정부에서 일하고 은퇴했지만 그 하루, 하루가 모여서 새 삶을 지탱해 주었고 은퇴 후 사회보장연금이나 직장연금을 받아 노후를 살고 있다.

박봉이지만 집을 마련하고 아이들을 키웠고 오늘까지 살고 있으니 새삼 내가 하나님으로부터 가르치는 천직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감사한다. 영어의 Calling은 우리말로 천직이라고 번역해야 할 것같다.

우리는 거의 40년 후에 다시 만났다. 그 반가움, 어찌 표현할 수 있겠는가.

<최연홍/ 시인·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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