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만원, 정신감정 받아보라

2019-02-20 (수)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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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에 인터넷에서 지만원 연설을 한 시간에 걸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본 적이 있었다.

“북한에서 인민군 600명이 광주에 내려왔다. 인민군들은 빈손으로 왔다. 무기가 없다. 광주 근처에 있는 무기고를 습격했다. 칼빈 총을 빼앗아 무장했다. 광주 사태 때 191명이 사망했다. 이 중에서 166명이 민간인이고, 그리고 나머지 25명은 군경찰이었다. 민간인 166명 중에서, 조사를 해본 결과, 69%, 그러니까 133명이 칼빈총에 맞아죽었다. 그 당시 군인들은 M16총을 갖고 있었다. 광주시가 진압된 후, 인민군들은 지리산을 건너 태백산을 따라 이북으로 넘어갔다. 단 한명의 인민군이 죽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고, 모두 무사하게 이북으로 되돌아갔다. 결론은, 김일성하고 김대중이가 합작해서 일으킨 광주 시민들의 폭동이다.” 라고 지만원이는 주장했다.

인민군이 광주시민을 선동해서 폭동을 일으켰다면, 광주시민을 옹호해야 하지 않겠는가? 잔인하게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있는 군인들을 죽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오히려 인민군들이 광주시민을 133명이나 죽였다고 했다. 그리고 인민군들은 북한으로 넘어가버렸다고 했다. 조리가 없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3명의 국회의원(2019/2/8)은 지만원이가 옳다고 우겨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고, “유공자는 세금 축내는 괴물” 이라고 악평을 퍼부었다.
여기서 지만원 말 하나하나를 따져보자.

1)인민군들이 민간복을 입고서 무기도 없이 광주에 왔다면, 이것은 간첩이지 인민군은 아니다.

2)인민군이 광주시민을 죽였다고? 그렇다면 광주시민을 죽이기 위해서 광주 폭동을 일으켰단 말인가? 군인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광주시민을 죽였단 말인가? 앞뒤 말이 들어맞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3)민간인이 총에 맞아 166명이나 죽었는데, 군경은 25명만 죽었다. 남한에 내려온 인민군이라면, 북한에서 특수훈련을 받고 온 병사들일 텐데, 고작 군경25명밖에 못 죽였다면! 북한에서 특수훈련을 받은 인민군이라고 볼 수가 없다.

4)광주시민들이 “전두환 물러나라”고 소리치면서 데모를 했었을 때, 데모를 하고 있는 군중들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그리고 데모를 누가 주도하고 있는가를 알아내기 위해서, 많은 중앙정보원들이 데모 군중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 있었다. 그렇다면 중앙정보원들이 단 한명의 인민군도 잡아내지 못했단 말인가? 광주시민을 많이 죽인 군인들이 인민군 하나 못 죽였단 말인가?

5)인민군 600명이 떼로 몰려서, 자유로이 남한 땅을 걸어 다닐 수 있다고 한다면, 당신은 이 말을 믿겠소? 한국의 반공태세가 이만큼 허술하다는 말인가? 정부에서 수차례 걸쳐서 철두철미하게 조사하고 또 조사해서 인민군 개입이 전연 없었다고 여러 번 발표를 했었다. 아직도 인민군 침투를 믿고 있다니! 그것도 보통 사람이 아니고, 국회의원들(3명)이 믿고 있다니! 창피도 이만 저만 창피가 아니다. ‘망상질환’에 시달리고 있는지 아닌지 지만원이는 정신감정을 한번 받아보도록 권한다.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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