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른 컬츄어, 다른 뜻

2019-02-05 (화) 정강 밀러/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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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된다. 기본적인 주제들은 비슷하지만, 주제들 속에서 쓰이는 단어들이나 문구들은 천차만별이다.

몇 달 전 미국인 친구로 부터 메일로 유투브 영상을 받아보았다. 친구는 그 영상에 있는 일이 사실인지 알고 싶다는 메시지를 함께 보냈다.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 친구는 한국인의 일상에 관한 영상과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아서 가끔씩 나에게 보내주었다. 이 유투브 영상은 선풍기로 인한 질식사에 관한 내용이었다 .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는 익숙한 내용이었지만, 미국인 친구에게 선풍기와 질식사에 관해서 설명을 하기가 어려웠다. 우리는 선풍기 바람을 조심하라고 어른들께서 주의를 주셨기 때문에 당연히 따랐을 뿐 이었다.


얼마전 딸이 공부하는 한국어 책에서 ‘선풍기를 끄다’고 하는 문장을 보았다. 처음에는 여기서 살면서는 그 문장을 사용할 일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유투브 영상이 떠오르면서, 선풍기는 한국인의 일상에서는 자주 쓰이는 중요하고 필요한 표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딸에게 유투브 영상에 관해서 얘기를 하자, 딸도 한국에서 잠자기 전에 선풍기를 켜고 방문을 열어 놓던 일을 기억한다고 했다.

중학생인 딸이 제 2 외국어로 프랑스어를 배우게 되면서, 함께 공부를 하게 되었다. 프랑스어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재미있게 배웠던 외국어였고, 언젠가는 다시 공부해 보고 싶었다.
기초 문법을 다시 공부하다가 좀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인칭대명사 (나, 너, 우리)에다 보통명사와 형용사를 사용해서 간단한 문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예문에 쓰인 형용사가 ‘부자인’ 이였다. 완성할 문장이 ‘소년은 부자다.’ ‘나는 부자다’ 였다. 처음에는 그냥 Le garcon est riche. Je suis riche.라고 문장을 반복해서 연습을 하다가, 초보학습에 왜 ‘부자인’ ‘riche’ 라는 형용사를 사용할까? 이런 표현을 배워서 써먹을 경우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마도 불란서인들에게는 나는 부자다라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런 일인가보다 했다.

영어와 다른 외국어를 배울 때를 생각해 보니 그 언어마다 특별히 많이 쓰는 단어나 표현 문구가 있다. 중국어를 예문으로 들면 사람들의 외모에 관한 단어나 (키가 작은’, ‘키가 큰’)를 자주 쓰거나, 일본어에서는 직업과 나이에 관한 표현과 취미로는 테니스와 골프가 예문에 주로 쓰였다. 음식에 관련된 단어도 언어마다 그 문화의 특성을 보여주었다. 중국어의 경우 마시는 물도, 냉수와 온수로 구별해서 쓰는 단어는 중국인의 식생활 문화를 반영한다.

언어를 배우면서 그 언어권의 사람들과 독특한 문화를 이해하고 알아간다는 점이 언어 공부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정강 밀러/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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