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한 가정의 자녀들이 세배를 하는 모습의 사진이 카톡으로 날아들었다. “선생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라는 글과 함께.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세뱃돈을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인터넷에서 복주머니에 든 돈 사진을 찾아 카톡으로 보냈다. 학부모님은 재치있게 “세뱃돈을 많이도 주시네요 ㅎㅎ”라고 응답하셔 또 한 번의 웃음을 선사하셨다.
바야흐로 SNS의 시대다. 남녀의 성향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겠으나, SNS시대에는 단연코 여성이 돋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페이스북이든 트위터이든 인스타그램이든 여성들의 활약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렬하다.
툭툭 잠시 뭔가를 하는가보다 싶으면 어느샌가 현장 사진과 감성어린 글귀들이 죽죽 올라간다. 실로 생중계다. 더더욱 놀라운건 응답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시차도 없이 쏟아져 온다는 것.
가깝게 지내는 교사 중에 한 분은 정말 타고난 페북지기이다.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일기쓰듯 꾹꾹 써나간다. 사소해 보이는 것조차 그녀의 사유와 성찰을 거쳐 기록되면 만인의 공감으로 확산된다.
SNS가 사적공간이 아님을 잘 아는 분이니 결코 자신만의 일기를 쓰는 것은 아닐터이지만, 매사에 자신을 돌아보며 타인에 대한 배려를 드러내는 감수성은 가히 금메달 감이다.
반면에 주위에는 SNS에 아랑곳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내 아내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인데, 페북 좀 하라는 지인의 지적에 “그 시간에 차라리 밖에 나가 널을 뛰는게 훨낫다”고 일축한다.
아내가 소싯적에 널을 뛰어보기나 했는지 의아스럽지만, 아마도 사이버 공간을 ‘널뛰기’장으로 평가하던 심리가 무의식 중에 그런 대꾸로 나온 듯하다. 아내 이야기를 조금만 더 빌리자면, SNS도 그저 취미생활의 한 방편일뿐이다. 그런 쪽에 취미가 있는 사람은 열심히 하면 되고 취미가 없는 사람은 그냥 안하면 된단다.
SNS에 대한 호불호가 개인성향일 뿐이라는 견해를 넘어서는 의견들도 많다. 얼마 전부터인가 ‘트인낭'(트위터는 인생 낭비)이라는 말이 널리 공감을 얻는 듯하더니, 오죽하면 ‘카페인 우울증’이란 말까지 생겼을까. 갖다붙인 말이 참 기발하지 않은가. ‘카카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자를 따 붙인 이름인데, SNS를 즐기는 사람의 다수가 중독에 빠지고 결국엔 우울증에 빠지고 마는 경향을 지적한다.
다중 정체성이라는 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의 자신과 ‘SNS 정체성’이 극단적으로 다른 경우가 이 경우에 해당되지 않나 싶다.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더욱 시선을 끄는 ‘가짜의 삶’ 속으로 빠져드는 사람들이 적잖은가 보다. 유튜브에선 ‘좋아요 올리는 법’, ‘팔로워 수 높이기’ 등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실제 경험자들은 끝없이 올리고 올려도 공허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토로한다. 그야말로 SNS공간이 비교 각축장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제 5G시대, 더 빠름을 추구하는 세상…이삼십대도 이것저것 쫓아가느라 허겁지겁이라니, 나와같은 노장년층에게 버거운건 당연한게 아닌가. 시력 저하, 총기 감퇴, 순발력 둔화 등 노화가 자연스럽듯, 생활 속 변화도 나에게 자연스럽고 이로운 방식, 행복과 기쁨을 공유하는 방식을 찾아 즐겨나가면 될 터이다. 올해는 눈과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나누는 상대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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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뉴욕한국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