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1운동과 오늘의 대한민국

2019-01-23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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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에게 ‘마하트마(Mahatma), 위대한 넋’ 이라고 명명해준 인도의 지성 타고르는 대한민국에서 100년전에 일어난 3.1운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일찌기 아시아의 황금시대에/ 등불의 하나이었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에 밝은 빛이 되리라.”

19세기 당시 조선은 근대화를 꿈꾸고 취약한 정치기반을 만회하기 위해 외세를 끌어 들였다. 하지만 열강들의 강압적인 조약과 침략으로 속수무책 당하기만 했다. 그때 조선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열강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 결과는 열강들의 외면속에 일본의 식민자로 전락하고 고종황제는 일본의 압력으로 강제 폐위되고 만다.


1919년 3월1일, 17세 꽃다운 나이의 유관순 열사를 비롯 수많은 독립투사들은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왜병의 숱한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끝끝내 저항하다 대부분 순국했다. 이들은 목숨이 다할 때까지 목청이 터져라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3.1운동에 대해 인도의 수상 네루는 1932년 딸 간디를 위해 쓴 ‘세계사 편력’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고 한다. “조선/ 상쾌한 아침이라는 뜻이다... 오랫동안 독립을 위한 항쟁이 계속되어 여러 차례 폭발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1919년의 봉기였다. "

이 운동이 원동력이 되어 임시정부를 수립, 마침내 1945년 대한민국에 광복이 찾아왔다. 하지만 또다시 북한의 침략으로 1950년 6.25동란이 발발한다. 3년간의 전쟁으로 온 국토가 황폐화되고 분단의 시련과 뼈아픈 동족상잔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런 사태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숱한 아픔과 상처에도 불구하고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꿋꿋이 지켜 온 대한민국, 지난 100여년 동안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은 한마디로 기적의 역사였다. 기아와 궁핍으로 허덕이던 나라가 불과 70년만에 경제 강국에 당당히 오른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도 거의 없던 대한민국이 무수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전적으로 모든 국민의 하나 된 결속력과 땀과 노력의 결정체였다.

독립을 간절하게 염원하며 마침내 꿈을 이뤄냈던 ‘3.1운동’이라는 거대한 혼과 뿌리가 온 국민의 마음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3.1운동의 그 가슴 뜨거운 정신이 7,000만 한민족의 숙원인 한반도 평화통일의 원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아직도 한반도는 전쟁의 위기를 못 벗어나고 있다.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지속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핵을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개월전 싱가포르에서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과 극적인 만남을 가졌다. 이후 실질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연결을 갖고 지속적인 노력 끝에 이번 2월말 경 다시 북미간에 2차 정상회담을 갖기로 결정됐다. 과연 그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예의주시해야 할 일이다. 남한의 향후 운명이 걸려 있는 이유이다. 두 정상이 주고받게 될 카드 속에는 한국의 안보가 걸려 있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한국은 지금 3.1운동의 뿌리인 단결과 화합 정신은 온데 간데 없고 진보, 보수의 이념대립으로 철저하게 갈라져 있다. 온 국민의 가슴과 삶 속에 파고든 3.1정신은 자유와 평등, 평화를 향한 열망이자 염원이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실을 외면하고 우리가 아무리 경제강국을 부르짖는다고 그것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안보가 튼튼해야 나라가 있을 수 있다.

100년이 지난 오늘, 뉴욕주에서도 3월1일을 유관순 열사의 업적을 기리는 ‘3.1운동 기념의 날’로 공식채택, 인권운동의 상징으로 영원히 이어나가야 한다고 결의안에 적었다. 이번 쾌거는 한국인 모두에게 100년전 온 국민이 가슴에 품었던 열망을 다시금 되찾으라고 환기시키고 있다. 3.1정신이 실종된 대한민국의 미래, 과연 어떤 모습일까 두렵기만 하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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