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푸라 비다(Pura vida)’

2019-01-22 (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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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에 다녀왔다. 지난주 4박5일의 짧은 여정이었다. 아쉽긴해도 신선한 뒷맛을 남겨준 여행이었다.이번 여행서 알게된 코스타리카(Costa Rica)는 중남미의 파나마와 니카라과 사이에 끼어있는 작은 나라였다. 이름의 뜻은 해변을 일컫는 코스타(Costa)와 부유함을 뜻하는 리카(Rica)를 합한 것이다. 해양자원이 풍부한 해변가에 위치한 ‘아름다운 해변’의 나라란 의미다.

이번 여행 중 가장 놀란 사실은 코스타리카는 군대가 없다는 것이었다. 1949년 군대를 폐지했다고 한다. 국경 경비는 경찰이 맡는다. 국방비에 들어갈 돈은 보건과 교육 분야에 돌렸다. 오늘날 전 국민보험과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이유다. 주변국가인 엘살바도르나 니카라과, 파나마 등이 숱한 군부독재와 구테타 등에 시달려온 것을 고려하면 코스타리카의 정치적 안전은 참으로 놀랄만한 일이다.

코스타리카는 생태관광의 천국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국토의 4분의 1 이상은 국립공원 등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영화 ‘쥬라기 공원’이 촬영됐을만큼 풍부한 원시림과 자연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세계 나비의 거의 10% 이상이 이 나라에 있다고 한다. 동식물원에는 형형색색의 나비, 벌새와 다양한 새들이 수없이 날개짓을 하고 있다. 독개구리, 원숭이, 뱀, 재규어 등과 함께 희한한 여러 가지 난 종류도 잘 보존되어 있었다. 어느 마을엔 1미터가 넘는 이구아나가 큰 나무위에서 서식하고 있다. 악어사파리 유람선 투어에서는 악어들과 여러 종류의 새를 볼 수 있었다. 85년은 살았다는 16피트나 되는 악어는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하도 신출귀몰하여 찾기 어렵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이 나라엔 집 주소가 따로 없었다. 주소가 길 이름으로 되어 있지 않고 목표물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기준으로 표현한다. 예를들면 동네의 대표적 건물인 교회나 수퍼마켓에서 동쪽으로 100미터 떨어진 파란대문의 빨강지붕 집이라 표시한다. 산골마을을 지날때 대부분 단층주택들의 대문과 지붕이 제 각각의 색상을 갖고 있는 이유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코스타리카에서 파파야, 파인애플, 망고, 바나나 등 열대성 과일을 풍부하게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스타벅스의 전 세계에서 유일한 커피 농장을 견학하고, 농장체험을 통해 사탕수수 직접 짜보고, 화산을 둘러보고, 밀림 트래킹 등등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즐겁고 유익한 일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용암으로 데워진 온천욕이야말로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타바콘 그랜드 스파의 노천온천탕을 상상을 초월했다. 작은 강물만큼이나 많은 온천수가 밀림 속을 세차게 흐른다. 수많은 인공 폭포 아래서 온천수로 지압을 받고 나면 온몸이 그야말로 개운하다. 온천시설뿐 아니라 조경은 환상 그 자체다.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수림 속을 바라보니 신선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코스타리카 사람들이 즐겨 쓰는 인삿말인 ‘푸라 비다(Pura Vida)’를 알게 된 것이다. 푸라비다는 순수한 삶(pure life)이란 뜻이다.
실제로는 ‘기쁨이 충만한 삶’, ‘풍요로운 인생’, ‘인생은 좋은 것’, ‘다 잘 될거야’ 등의 여러 의미로 다양하게 쓰인다. ‘괜찮아’, ‘인생이 그렇지 뭐’라는 다분히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의미도 담겨 있다.

코스타리카는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늘 1위다. 그 이유는 아등바등하지 않고 고만고만한 것이 좋다는 긍정적인 삶의 자세로 여유가 있고, 낙천적인 그 나라의 국민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푸라 비다는 ‘인생은 좋은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더불어 고마워, 괜찮아, 걱정마, 다 잘될거야, 행운을 빌어 등 누군가의 행복을 기원하는 주문이다. 오늘은 ‘빨리빨리’ 살아야 하는 우리들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해 보자. ‘인생 뭐 있어, 괜찮아, 다 잘 될거야, 푸라 비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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