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9년 연초의 상상노트

2019-01-19 (토)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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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서는 인간의 한생을 60년으로 보았다. 그것은 갑을병정으로 시작하는 10개의 천간(天干) 과 자축인묘료 시작하는 12개의 지지(地支)를 조합해서 만들어지는 60갑자가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그러고 보면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갑자를 넘겨 살고 있으니 60이 넘어서 살면 삶에 대한 도를 통하고 새로운 삶을 더 멋지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매년 달력은 새로운 1월을 시작하고 12월을 마감한다. 그러나 1년 전에 비해서 인간들과 사회는 달라진다. 발전할 수도 있고 퇴보할 수도 있다. 원이 한 바퀴 돌아와서 처음의 점으로 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2차원의 평면에서 보는 것이고 3차원에서 보면 스프링처럼 높이가 다르다.

인간들이 모여 있는 국가도 사실 이런 인간들의 생로병사와 같은 운명이다. 세계 역사를 보았을 때 나라가 세워지고 60년이라는 순환의 5갑자를 전후해서 대부분 사라졌다. 그리고 그 영향력도 6갑자 안에 사라진다.


물론 로마와 같이 천년을 넘긴 나라도 있지만 사실 정체성들은 300쯤 해서 다 바뀌고 이름만 그대로 로마였다. 그것은 천년왕국 신라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박씨 석씨 김씨가 다스리다가 김씨 왕조고 되고 또 그 김씨 왕조도 분화하여 성골과 진골로 나뉘어 성골이 다스리다가 진골이 다스리는 나라였다.

그러고 보면 미국은 243년이 되었다. 이제 노회한 대국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나라들이 미국의 눈치를 보지만 옛날처럼 두려워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미국은 지금 심각한 정치대립을 하고 있다. 물론 제도와 통치의 근간이 흔들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남북 전쟁이후 가장 분열된 모습이다. 나라도 늙을수록 새로운 것에 둔해지고 배타적으로 변한다.

그러나 젊은 나라들은 새로운 것에 민감하고 배타적이었어도 개방적인 힘이 더 강하다. 미국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세력들도 과거에는 개방적이었지만 이제는 가장 배타적인 세력이 되었다.

대한민국은 이제 70년이다. 임시정부 수립일인 1919년 4월 11일을 기준으로 해도 이제 100년이다. 여러 문제들이 많지만 한국은 선진국들이 거의 250년 걸려 이룩한 오늘의 문명을 거의 1갑자 반 만에 따라 잡았다. 물론 지금부터 한국도 조정기에 들어가겠지만 그것은 성장통에 불과하다. 아직 젊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에서 서로의 다름을 가지고 차별하고 분열하고 있지만 한국은 망국적이었던 지역 감정도 흐려지고 더구나 분단 70년을 극복할 획기적인 사변들이 진행이 되고 있다.

미주 한인들의 최초 이민이 1903년이라고 기념하지만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1965년 미국의 신이민법 이후 그것도 1970년 후부터 대거 미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가장 늦은 후발 이민자다. 그럼에도 미주 한인들은 엄청난 약진을 했다. 한인들이 밀집한 대도시에서는 가장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커뮤니티이다.

또한 대국으로서 가지는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배우고 있다. 이것은 후일 한반도의 남과 북이 통일되는 과정에서 서로 이질적인 체제의 경험에서 발생하는 후유증을 해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이런 역할로 한반도 통일의 당당한 한 축이 될 것이라 예측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자녀들에게 한국어는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대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던 미국이 새롭게 태어나는 시기 후발 이민자이지만 가장 젊은 커뮤니티 출신의 한인들이 새 시대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믿음의 상상을 2019년 연초에 해본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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