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의 평가, 인격을 기준으로

2019-01-19 (토) 김명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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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黑人). 흑인은 얼굴과 몸이 검은 사람을 말한다. 보편적인 인종 구분에 따라 불리어지는 이름. 흑인은 본래 아프리카인을 조상으로 갖는다. 원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거주민이었다. 그런데 노예무역 등으로 국제 이주가 시작됐다. 지금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으며 노예로 살아가는 흑인들은 거의 없다.

본래 아프리카엔 300년대부터 1591년까지 3개의 제국이 있었다. 가나와 말리와 송하이. 제국들은 농사와 금 체굴, 아랍인들과의 교역으로 살아갔다. 1493년부터 1528년까지 송하이 제국을 다스린 아스키아 무하마드. 중앙집권제를 실시했고 팀부크에 좋은 대학까지 두었었다. 그러다 1591년 송하이가 모로코에 정복된다.

흑인 노예는 아프리카 고대 시대부터 시작된다. 전쟁으로 폐한 부족은 노예가 되었으며 북아프리카의 상인들에게도 팔려갔다. 이러다 본격적인 노예시대의 시작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아프리카 식민지 지배부터였다. 이들은 흑인 노예들을 사탕수수밭에서 혹사시켰다. 1600년대 초반엔 네델란드, 프랑스, 영국이 가담한다.


이들이 흑인 노예를 혹사시킨 곳은 지금의 미국, 아메리카였다. 1750년 20여만 명의 노예가 있었고 1800년대엔 70만 여명이 됐다. 이들에겐 상품가치만 있었지 인간의 가치는 주어지지 않았다. 백인들의 소유품이었다. 하지만 노예상태가 아닌 자유흑인들도 많았다. 미 북부의 주들이 그들을 노예에서 해방시켜 준 덕이다.

그러다 1862년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에 의해 노예제도는 효력을 상실한다. 하지만 남부의 흑인들은 백인들로부터 사람 취급을 못 받는 상태가 지속된다. 이게 1900년대까지 계속된다. 이 때에 나타난 사람이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다. 그는 자유를 가졌지만 자유하지 못하고 차별을 받고 사는 흑인들의 희망이었다.

1929년 1월15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태어난 루터 킹 주니어. 보스턴대학교에서 1955년 신학박사학위를 받고 “인간의 영혼을 갉아먹는 빈민가, 인간의 영혼을 억압하는 경제적인 조건, 인간의 영혼을 짓누르는 사회적인 조건에는 무관심한 채 인간의 영적인 구원에만 관심을 갖는 종교는 사멸하게 된다”는 유명한 말을남긴다.

그의 인권운동. 흑인을 대변한다. 1955년 앨라바마주 몽고메리. 흑인여성이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아 체포된다. 이에 킹은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1956년 12월. 버스 내 인종분리법의 위헌판결을 연방최고재판소로부터 받아낸다. 이후 킹은 미국 전 지역의 인권운동지도자로 부각한다.

비폭력저항운동을 지속해 인권운동을 하던 킹. 1964년 10월 노벨평화상을 받는다. 1968년 4월, 테네시주 멤피스. 킹은 테네시주의 흑인청소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지원하려 와 있었다. 이 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암살을 염려하며 피할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킹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행동하고 싶다”며 피하질 않았다.

4월4일. 멤피스의 모텔 2층 발코니. 미리 잠입해 있던 백인우월주의자며 인종차별주의자인 제임스 얼 레이. 킹의 머리를 향해 총을 발사한다. 킹은 병원 운송 중 과다출혈로 사망한다. 세기의 비폭력 인권운동가, 인종차별반대자, 전쟁폭력반대자는 이렇게 생을 마감한다. 이 때 그의 나이 만 39세 2개월. 꽃다운 나이 아니던가.

.킹이 남긴 말. “나에게는 꿈이 있다. 조지아주의 붉은 언덕에서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게 되는 꿈이다. 내 아이들이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이다.” 그가 간지도 51년. 세상은 얼마나 변해 있을까.

1976년, 알렉스 헤일리의 소설 ‘뿌리’. 1767년 감비아에서 납치돼 노예로 팔려온 흑인 쿤타 킨테의 생애와 후손들의 처절한 삶이 내용이다. 파란만장한 흑인노예 일가의 이야기. 이게 드라마로 제작되자 지구촌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돈이 아닌, 피부색이 아닌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명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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