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인과 체포가 없는 관광

2019-01-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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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왕자(53)는 비싼 돈을 내고 2008년 7월에 금강산에 관광을 갔다. 금강산은 아름다웠다. 흥에 겨워 새벽에 해변을 산책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군사지역을 침범하였다고 해서, 경고도 없이, 박왕자를 총으로 쏴서 죽였다. 남한 정부는 분노했다. 북한에 정식 사과를 요구했다. 앞으로는 더 이상 관광객을 죽이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북한은 거절했다. 그래서 당연히 금강산 관광은 중단되었다.

그 후 북한은 돈이 필요했다. 금강산에 관광객들을 보내라고 남한 정부에 재촉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살인에 대해 사과도 하지 않았고 그리고 더 이상 관광객을 살인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았다.

22세의 젊은 미국청년 웜비어(Otto Warmbier)는 2018년 1월에 북한을 방문했다. 미국에는 선전문이라는 게 없다. 북한 호텔 벽에 붙여있는 선전광고를 보았다. 뭔가 흥미 있다고 생각했었는지, 하여튼 만지작거렸다.


선전문을 훔치려했다고 해서 체포됐다.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같으면 호텔 벽에 걸어진 그림을 훔치려고 하다가 잡히면, 변호사 구해서 법정에 간다.

판사는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말라는 경고를 해주고는 석방한다. 하지만 북한의 문화는 미국하고 생판 다르다. 북한에 17개월 억류되었다가 2017년 6월에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에 돌아왔다. 그리고 죽었다, 웜비어를 치료했었던 주치의는 발에 상처가 있었고, 그리고 아래 이빨의 위치가 바뀌어 있는 것을 보고, 펜치와 전기 충격기 등으로 고문을 당해 의식을 잃었을 것이라고 했다. 연방법원 판사는 북한 당국에 5억 달러를 배상해주라고 판결했다. (2018/12/28, 신문).

김정은 위원장은 금년(2019)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단 한 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고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얼마나 안하무인격인 말투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남북 모두에 이익이 됐다. 북한의 조건 없고 대가 없는 재개 의지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조건 없고’ ‘대가 없는’ 재개 의지를 환영한다고? 그러면, 북한에서 남한의 관광객을 또 죽이게 되면 어찌하겠는가. 북한은 주장할 것이다. 내(북한)가 언제 관광객들을 더 이상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 적이 있었느냐. 없었다면서 북한은 오히려 남한 정부에 큰소리를 칠 수도 있다.

북한하고 남한하고의 문화차이는 하늘과 땅 사이다. 어떤 한국 사람들은 술만 마시면, 현직대통령을 ‘죽일 놈’이라고 욕한다. 심지어는 대통령을 쫓아내야 한다고 비판도 한다.
실제로 한국청년들은 전직 대통령을 쫓아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이런 게 허용되는 문화가 아니다.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욕하다가 들키면 체포된다. ‘김정은이를 쫓아내야 한다’라고 말만해도, 잡히면, 아마 처형되고 말 것이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 전에, 북한은 관광객을 어떤 이유가 있더라고 죽이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웜비어를 보라. 그는 관광 갔다가 간첩으로 체포되어 죽어서 돌아오지 않았는가.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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