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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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가족 간 참극 더 이상은 없어야

2019-01-1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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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초부터 한인가정에서 극단적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7일 조지아, 애틀랜타 지역에서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새해 벽두부터 날아든 끔찍한 소식에 애틀랜타 한인사회는 물론 전 미주한인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사건은 이날 오전 한인밀집 지역인 둘루스의 한 미용실에서 일어났다. 남편 차남윤(62)씨가 미용실 주인인 아내 이미영(48)씨를 찾아가 언쟁을 벌이다가 총격을 가했다. 남편은 밖으로 도망가던 아내가 총을 맞고 주차장에 쓰러지자 처형형식으로 머리에 총을 쏘아 절명하게 했다. 이어 자살을 시도한 남편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 사망했다. 가해자는 극한의 분노와 증오에 휩싸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발표에 의하면 부부는 최근 이혼수속을 마쳤다. 두 사람 사이에 불화와 금전적 갈등이 있었고 남편은 이혼을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혼수속이 끝나자 남편은 ‘너 죽고 나 죽자’는 절망적 심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참혹하고도 안타까운 비극이다.


부부 간 불화의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지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하면 이민가정의 일반적 어려움이 이들 부부에게도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부부는 7년 전 이민을 왔다고 한다. 이민초기 미국생활 적응속도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빠르다. 적응에 더디거나 실패한 남성들이 심한 좌절감에 빠지면서 가정불화로 이어진 예는 많다. 거기에 한인남성 특유의 욱~ 하는 성질까지 더해지면 가정폭력으로도 이어지곤 한다.

한편 부부는 15년 전 한국에서 재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의 전남편 소생인 두 딸과 함께 낯선 미국생활을 하면서 가족 간 갈등소지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부부, 모든 가정에는 갈등과 불화가 있다. 얼마나 일찍 문제를 파악하고 얼마나 성의있게 대화하며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지가 건강한 부부, 화목한 가정을 만든다. 이혼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하겠지만 불가피한 경우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부부라는 특별한 인연이 죽고 죽이는 악연으로 끝나는 일이 더 이상은 한인사회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하겠다.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이 필수다. 그것이 때로는 목숨을 지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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