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 결심

2019-01-08 (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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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새해가 밝았다. 1월은 라틴어로 ‘문(門)’을 의미하는 야누스(janus)가 어원이다. 우리는 야누스를 착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원래 의미는 다르다. 야누스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문의 신이다. 고대로마에서 야누스는 하늘의 문을 열어 아침을 밝아오게 하고 문을 닫아 황혼을 오게하는 신으로 여겼다. 집이나 도시의 출입구 등 모든 문을 지키는 수호신으로도 숭배했다.

1월인 ‘January’는 ‘야누스의 달’을 뜻하는 라틴어 야누아리우스(Januarius)서 유래했다. 1월은 곧 새해를 여는 문이자 1년의 출입문 역할을 하는 달임을 의미하는 셈이다.

혹자는 야누스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는 신이라 한다. 지난해의 자기 모습과 새해의 자기미래를 동시에 보는 얼굴이 야누스란 것이다. 그래서 로마인들은 야누스 신에게 새해 결심을 약속했다.


우리 모두는 새해에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고자 마음을 굳게 정한다. 악습을 버리고 새로운 내가 되고자 다짐을 하거나,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결심을 하고, 이웃에 봉사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중장년층 지인들의 새해 결심을 들어보니 건강이 으뜸이었다. 당뇨, 콜레스테롤, 혈압 등의 성인병에 시달리다 보니 ‘술 줄이기’, ‘뱃살빼기’, ‘규칙적인 운동하기’. ‘담배끊기’, ‘올바른 식습관 유지하기’ 등의 계획이 돋보였다. 자기 건강은 물론 ‘소중한 가정을 행복하게 지키자’는 목표도 제법이다. 예를들면, ‘한 해 동안 가족들과 1회 이상 여행 하기와 영화보기’. ‘가사일 돕기’, ‘아내와 취미 생활 함께 하기’, ‘저축하기’ 등이다.

이와 함께, 바람직한 생활습관과 자기개발을 위한 결심도 여전했다. 생활습관 목표로는 ‘정석대로 살며 더불어 다 같이 잘 살기’, ‘범사에 감사하기’, ‘분노하지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기’,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고 남을 사랑하기’, ‘성경 일독하기’, ‘주일 예배 꼭 가기’,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기’ 등의 계획이다. ‘그림이나 악기 배우기’, ‘영어회화 실력 쌓기’, ‘일주일에 한 권씩 독서하기’ 등은 자기개발 다짐 중에 공통적인 것들이었다. 이처럼 새해가 밝으면 누구나 새해 목표를 세우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모두 알고 있다시피 그런 결심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은 게 문제다.

새해 결심은 늘 그렇듯 작심삼일로 끝나기 십상이다. 실제로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1월 8일쯤이 되면 새해결심의 25%는 이미 버려진다. 88-92%의 사람들은 새해의 결심을 지키지 못한다. 연말까지 실천에 이르는 결심은 고작 10% 정도인 셈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새해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새해 결심을 실천하려면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과도한 변화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체중감량을 다짐했으면 한 주에 1파운드를 빼겠다는 계획은 십중팔구 실패하지만, 한 달에 1파운드 줄이는 목표를 세우면 1년동안에 12파운드를 충분히 감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해 목표가 구체적일수록 달성할 가능성도 크다. 더 많은 운동을 하겠다고 다짐했다면 월, 수, 토요일 오후에 운동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세우면 보다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금주나 금연 등 생활습관 변화에 관한 다짐은 주위 사람들에게 그 내용을 알려주면 실천에 도움이 된다. 우리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란 꼬리표를 얻고 싶지 않아서 계획이 공개되면 체면상이라도 지키려는 노력에 더욱 힘을 쏟는 경향이 있어서다. 이외에 목표를 성취할 때마다 자신에게 보상하기, 눈에 잘 띄는 곳에 새해 목표 붙이고 점검하기 등도 새해결심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2019년 새해가 일주일 지났다. 이미 새해 다짐을 포기했다면 다시금 실천할 수 있도록 결심하자. 의지만 믿고 세우는 목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새해 결심을 지키고 싶으면 지겹다 싶을 정도로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12월 31일에는 ‘시작보다 끝이 좋은 한 해’였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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