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세법이 ‘그지’같다. 그 중에서 제일 ‘그지같은’ 세법이 Sec. 61(a)(12) 조항이다. 넘어진 사람을 밟고 가는 세법이다. 오죽했으면 카드 값을 못 냈을까. 그동안 마음고생은 또 얼마나 심했을까. 그런데 이제 와서 거기에 또 세금을 내란다. 해도 해도 너무들 한다.
카드 회사는 빚을 탕감해준 뒤, 그 내용을 양식 1099-C에 적어서 IRS로 보낸다. 물론 탕감 받은 사람에게도 이 양식이 간다. 회사가 연말에 W-2를 두 부 작성해서 하나는 직원에게 주고, 다른 하나는 IRS에게 보내는 것과 같다. IRS는 그 직원이 만약 W-2 소득신고를 빠뜨리면, 회사에서 받은 W-2를 근거로 직원에게 세금 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해가 잘 안가겠지만, 부채 탕감(cancellation of debt)도 소득이다. 미국 세법에서는 탕감 혜택을 받은 자는 해당 금액을 그 해의 소득으로 잡도록 되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뿐. 해당 은행이나 카드회사에게 이미 발행된 1099-C를 취소해달라고 하던지, IRS와의 협상과 세법의 예외규정을 이용해서 세금을 없애거나 깎던지.
IRS를 상대하는 두 번째 방법은 힘들다. 카드회사를 상대하는 첫 번째 방법은 더더욱 힘들다. 카드회사는 못 받은 돈을 이미 손실 처리했다. IRS 입장에서는 그만큼 세금을 손해 봤다. 결국 혜택 본 사람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야 보충이 된다. 회사 세금보고에서 주급(W-2)을 비용으로 공제해주는 것은, 그 주급 받은 직원이 세금보고를 할 것이라는 것이 전제다. 이것과 같은 맥락이다.
카드회사를 설득하는 것이 힘들다면, 이제 기댈 곳은 IRS 뿐. 가장 많이 알려진 방법이 연방 세법 Sec. 108(a)(1)(B) 조항을 이용하는 것. 진실로, 당시에 빚 총액이 재산 총액보다 많았다면(insolvent), 그 카드빚 탕감액을 소득에서 제외시켜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파산신청은 안 했지만, 파산 직전까지 갔었음을 증명하면 된다. 어려워 보이지만, 양식 982에 한 장 정도의 편지만 잘 쓰면, 대부분 해결이 되는 편이다.
더욱이 친구에게 서 준 빚보증 같은 것도 부채(contingent obligations)로 잡을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1997년 Merkel 케이스 참고). 그러니 지레 겁부터 먹지는 말자. 카드회사가 발행하는 부채탕감 내역서를 1099-C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C는 cancellation(탕감)의 첫 자다. 똑같이 can으로 시작하는 영어 단어에는 희망의 촛불(candle)도 있다. 다들 알듯이, can 자체는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터널이 아무리 길고 어두워도, 결국 그 끝은 반드시 있다. 희망은 갖고 포기는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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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