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기해년 새해의 첫 아침이 밝았다. 지난 한해 정말 어려운 고비들과 굴곡을 넘어 또 다시 새로운 해의 출발점에 서게 됐다.
돌아보면 2018년은 ‘다사다난’이라는 진부한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많은 사건과 변화의 물결로 요동친 한해였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지속된 정치적 갈등과 이념적 대립은 미국사회를 끝없이 분열시키고 국제사회를 격변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런 가운데 시작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대화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이런 혼란 속에서 건져 올린 작은 희망이었다.
이제 우리 모두는 지난 한해의 보람과 성공, 그리고 실패와 좌절을 뒤로 하고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특히 기해년은 재물이 넘치고 복이 찾아온다는 이른바 ‘황금돼지해’이다. 하지만 우리 눈앞의 현실은 황금돼지해가 선사해주는 기대만큼 장밋빛은 아니다. 특히 경제는 불확실성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주식시장의 전례 없는 휘발성과 폭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학자들조차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고 푸념할 정도다.
일단 2019년 미국경제는 2%대 초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썩 만족할 만한 수준의 성장률은 아니지만 이나마 성장한다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금년 한해 앞에 너무나도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양상으로 번진 무역 분쟁이 어떻게 전개되고 매듭지어질지가 관건이다. 지난 12월 기준금리를 0.25%P 올린 미국 중앙은행이 올해 몇 차례에 걸쳐 얼마나 금리를 인상할지도 변수다. 이처럼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들이 세계 곳곳에 잠복해 있다.
금년을 향후 수년 간 세계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결정점’(deciding point)이라 보게 되는 건 이런 여건들 때문이다.
미국정치에 드리워있는 불확실성도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뮬러 특검의 조사결과와 그에 따른 의회의 움직임은 미국정치의 기상과 트럼프의 정치적 명운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경제는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북미대화 역시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와 연계돼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의 삶, 그리고 우리가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사회는 항상 등락을 거듭하게 돼 있다. 2019년 한해가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것 또한 거대한 사이클의 한 과정일 뿐이다. 금융시장의 불안과 불확실성 속에서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괜찮다는 사실이다. 실업률이 수십 년래 최저수준을 기록하는 등 실물경제는 아직 탄탄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불확실성의 안개가 걷히고 예측가능한 정치가 펼쳐진다면 경제는 곧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란 기대와 희망을 가져도 좋다.
단 하나, 너무 막연한 희망만으로는 한해를 헤쳐 나갈 수 없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희망이 전진을 위한 동력이라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빈틈없는 준비와 계획은 목적지로 이끌어주는 로드맵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잘 갖춘 사람만이 안개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개개인의 재정과 관련해서는 ‘투자의 다변화’라는 상식적인 조언이 가장 설득력을 갖는 때가 바로 지금 같은 시기이다. 고정비용을 줄일 여지가 없는지 지출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자세는 비즈니스 업주들에게도 똑같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잘 구분해 통제할 수 있는 곳에 시간과 자산, 그리고 에너지를 집중하는 분별력도 불확실한 시기를 헤쳐 나가는 지혜가 될 수 있다.
금년 한 해 우리 앞에 놓여있는 과제는 녹록치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이보다 더한 어려움의 시기도 극복해낸 경험과 내공이 있다. 그러니 지레 주눅 들거나 비관할 이유가 없다. 신발 끈을 질끈 동여매고 힘차게 새해의 첫걸음을 내딛자. 그래서 2019년이 다할 즈음 모두가 “정말 좋았던 황금돼지해였다”고 되돌아보는 기해년을 만들어 갈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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