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해의 마지막 날’

2018-12-31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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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동터온다. 올해가 딱 하루 남았다.

시작하기보다 어려운 것이 유종의미(有終之美)를 거두는 것이다. 이는 시작이 아무리 좋아도 마침이 성공적이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는 의미다. 다사다난 했던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기에 앞서 유종의 미(有終之美)가 중요함을 생각해 본다.

유종의 미는 처음 시작한 것을 끝까지 잘 마무리한다는 뜻이다. 시작점 이후 펼쳐지는 목표까지의 노정이 순탄치 않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그 유래는 시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경(詩經)’에 보면 '미불유초 선극유종(靡不有初 鮮克有終)'라는 말이 있다. 미불유초(靡不有初)는 ‘처음이 있지 않는 것은 없다’는 뜻이다. 선극유종(鮮克有終)은 ‘능히 끝이 있는 것이 적다’는 뜻이다. 그러니 처음 시작한 것을 끝까지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이라는 말도 있다. '백리를 가는 데 있어 구십 리가 절반이다'라는 뜻이다. 이것 역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처럼 유종의 미는 시작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무리를 잘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말한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시작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끝이란 의미다. 또한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사자성어도 마무리의 중요성을 일깨우게 한다.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니 시작은 거창하지만 끝은 보잘것 없이 끝났음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심이 사흘을 못간다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이 회자되는 것 역시 마무리의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유종의 미는 끝을 아름답게 장식하라는 의미다. 시작이 아무리 좋아도 끝이 좋지 못하면 그 전체가 무의미한 것이다. 비록 시작은 보잘 것 없더라도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다 좋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초지일관하게 어떤 일의 시작과 끝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바로 유종의 미인 셈이다.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하루의 일을 잘 마무리 하면 좋은 쪽으로 내일을 시작할 수 있다. 한 달과 한 해의 마무리를 잘 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루 하루가 한 달과 한 해 그리고 일생이 되기 때문이다. 비록 올 해도 하루가 남았지만 청산해야 할 일이 있으면 오늘이 가기 전에 마무리를 잘 해야 하는 이유다.

어느 덧 2018년 12월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 1년 365일이 딱 하루 남았다. 한 해의 끝에 섰다. 이렇게 또 올 해도 지나가고 있다. 가는 세월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세월이 빠르게 흐르는 것에 할 말이 없다. 기억할 시간 조차 없이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이 세월이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점점 세월의 속도가 빨라짐을 느낀다. 그러다보니 나이가들수록 되돌아보는 삶의 모습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을 뿐이다.

한 해가 또 속절없이 저물고 있다. 달랑 하루만 남은 한 해의 끝자락에서 괜히 마음이 바빠진다. 그래서 세밑에는 늘 그렇듯이 지나온 한 해를 또 다시 돌아보게 한다. 늘 이맘때 화살처럼 날아가는 세월을 보내며 아쉬워 하는 모습은 변함이 없다. 항상 그 세월을 따라잡기는 커녕 뒤쳐진 모습을 보면서 좌절하기도 마찬가지다. 나도 모르게 나이를 먹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것 조차 매한가지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맞으니 스스로를 향해 칭찬보다는 후회와 반성이 앞선다. 잘 한 일보다는 부족했던 일들이 더 많았음에 고개숙이게 한다. 무엇보다, 가정보다 직장생활을 우선으로 여겼던 것을 후회한다. 새해 결심과 다짐이 생각과 말만 앞서고 행동이 따라주지 않아 이루지 못한 것도 깊은 후회로 남는다. 남을 배려하기 보다는 나만의 욕심을 먼저 채우려고 했던 일은 반성하고 있다. 참으로 올 한해동안 부족하고 부끄러웠던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지난 한해를 돌아보며 새해에는 후회와 반성을 하는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다짐한다.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유종의 미를 거두고 새해에는 더 희망찬 날들로 가득하기를 염원해 본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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