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저물어 가는 한 해

2018-12-29 (토) 김명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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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간다. 사흘만 지나면 새해. 달력이 넘어간다. 아니, 넘어가는 게 아니라 새 달력으로 교체된다. 지나간 세월 너무도 빨리, 화살처럼 가버렸다. 쏘아진 화살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세월도, 시간도 마찬가지. 한 번 가버린 세월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 앞으로 사흘 동안 어떤 마음으로 지나간 1년을 회상해야 할까.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 흘러가는 시냇물을 막을 수가 있나요/ 아가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되듯이/ 슬픔과 행복 속에 우리도 변했구려/ 하지만 이것만은 변할 수 없어요/ 새들이 저 하늘을 날아서 가듯이/ 달이 가고 해가 가고 산천초목 다 바뀌어도/ 이 내몸이 흙이 되도 내 마음은 영원하리~”

서유석이 부른 노래 ‘가는 세월’ 부분이다. 노래 가사 말처럼 가는 세월은 아무도 잡을 수가 없다. 시냇물을 막을 수 없듯이. 그래, 행복과 슬픔 속에 변해가는 게 인생이다. 그러나 변할 수 없는 게 있는데, 마음이란다. 마음.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아무리 찾아도 마음이 있는 곳을 볼 수가 없다. 바람을 볼 수 없듯이.

우린 지난 한 해 동안 얼마나 변치 않는 마음을 가지고 살았나. 가까운 가족. 특히 아내와 남편에게. 그리고 부모와 형제자매 자식들에게. 또 있다. 가까운 친구나 이웃들에게 정말로 변치 않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며 한 해를 살았는가. 점수를 매겨 보자. 100점. 90점. 80점. 70점. 60점. 50점. 40점. 40점 이하는 낙제점수다.


세월이 지나감은 어쩜 꿈만 같다. 지난 1년. 우린 꿈을 꾼 거다. 지난 1년만이 아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모두가 꿈만 같다. 꿈. 자면서 별별 꿈을 다 꾸다 깨어나면 잊어버리는 개꿈. 이런 개꿈도 있지만 개꿈이 아닌 꿈도 있다. 상사병을 앓는 사람. 꿈속에서 짝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꿈. 개꿈이 아니다.

또 개꿈이 아닌 것이,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꿈이다. 자식들을 끔찍하게 사랑하여 하루도 안 빠지고 자식들 잘 되라고 매일, 매 순간 기도하는 어머니들이 많다. 어떤 친구. 암 수술을 받고 어머니에겐 알리질 않았다. 그런데 암 수술을 받은 후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집에 무슨 일이 없었냐고. 좋지 않은 꿈을 꾸었단다.

어머니의 꿈은 염려와 사랑의 꿈. 지난 시간을 보면 꿈만 같은데. 앞으로 올 시간을 생각하면. 당장 사흘 후 새로 시작되는 2019년은. 또 다시 꿈이 시작되는 건가. 아님 무엇일까. 달력은 바뀌는데. 시간은 그대로 흐르는 과정 속에 놓여진다. 어쩌면 시간도 흐르지 않고 있는데 우리가 그렇게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과 세월이 가는 게 아니라 인생들이 가는 것인데. 인생이 한 해, 두 해 늙어 가면서 세월이 간다고 탓한다. 세월이란, 시간이란 어쩜 우주의 흐름 속 한 점일 수도 있는데. 그 한 점 속에 살아가는 인생들, 인간들. 세월이, 시간이 간다고 생각한다. 우주의 흐름. 그 거대한 흐름을 인간의 시각으로 감히 감지 할 수 있을까.

지난 것을 전부 잊어버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쓸데없는 상황들, 마음에 상처를 준 일들은 잊어버리는 게 좋다. 망각이란 이럴 때 필요한 거다. 왜, 안 좋은 지난날을 상기할 필요가 무어 있는가. 좋았던 일. 기뻤던 일. 가족에, 친구에, 형제자매에, 가정에, 직장에, 학교와 사회에서 있었던 긍정적인 일들은 상기함이 좋다.

그러나 지난 한 해 동안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들이 있었다면.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 가령 술 먹고 잘못하여 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 일로 가정에 물질적 손해를 보였다면. 당연 이런 일은 반면교사로 삼아 재차 실수가 없게끔 마음에 단단한 결심을 해야 함이 당연하다.

꿈같은 지난 1년. 사흘이면 사라진다. 개띠 해는 사라지고 돼지띠 해가 온다. 세월과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역사는 돌고 돈다. 개인사도 마찬가지. 좋은 일은 돌리고 나쁜 일은 되풀이 되지 않게 해야겠지. 그리고 새 해에는 더 좋은 일, 기쁜 일들이 더 많이 생길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연말을 즐겁게 보내면 좋겠다.

<김명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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