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날!

2018-12-24 (월) 연창흠 논설위원
크게 작게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 mas!)’

내일(25일)은 크리스마스다. 성탄절인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Christ)와 미사(mass)가 합해진 말이다. 요즘 한인가정은 온 가족이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분위기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이브도 고요하고도 거룩한 밤이다. 예전처럼 거리로 쏟아져 나와 긴 겨울밤이 인파로 북적거리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거리는 한산해지고 수 많은 가정에서 성탄분위기가 한창이다. 이젠 가족끼리 모이거나 지인을 초대해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 가정도 매년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다. 매년 성탄절에 이민 초기부터 잘 알고 지내는 4-5가정이 모여서 크리스마스를 지내고 있다. 어느 덧 함께 한 세월이 20여 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횟집이나 한식당 등에서 만났다. 10여 년전부터는 각자의 가정에서 번갈아가며 초대하는 방식으로 모였다. 각 가정이 음식을 한 가지씩 가져가, 초대한 가정의 걱정거리(?)인 음식 준비에 부담을 덜어주었다. 올해는 초대가정에서 모든 음식을 준비한다며 ‘그냥 몸만 오라’고 하니 내일 오후의 성탄모임이 무척 기대되고 있다.


한인가정에서의 성탄모임이 그러하듯이 우리들의 크리스마스 모임 역시 온 종일 정성을 다해 만든 각종 음식물들로 성대하게 차려진 식탁에서 와인을 곁들이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만찬 후에는 성탄트리에 이미 놓아둔 각자의 선물을 서로 주고 받는다. 선물은 주로 아이들이나 아내들 차지다. 남편들은 들러리일 뿐이다. 여하튼 선물교환 시에는 종교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메리크리스마스로 축하의 말을 건낸다. 그런 후 자녀, 직장, 사업, 은퇴, 건강 등 각 가정이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눈다. 언제나 모두가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로가 사랑과 기쁨을 함께 나누며 영원한 만남을 다짐하는 그런 모임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모든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맞으면 마음을 설렌다. 가족, 연인 등 사랑하는 사람들과 서로서로 선물도 주고 받는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소외된 이웃에게 훈훈한 온정을 베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든 행복한 성탄절을 보내고 싶은 마음은 매 한가지다. 문제는 성탄절에 소외된 사람들이 늘 있기 마련이다. 성탄절의 참된 의미는 가족, 지인은 물론 불우한 이웃하고도 사랑하는 마음을 함께 나누는 데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내일은 크리스마스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다음날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12월 26일은 바로 박싱데이(Boxing Day)다. 박싱데이는 예전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푸는 날이었다. 지금은 크리스마스 재고를 파격 세일하는 날로 변모했다.

박싱데이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봉건시대 영국에서 영주가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난 다음날 주인과 손님대접을 위해 일한 것과 일년간 수고한 사람들에게 옷과 음식 등을 상자에 담아 선물한 것이 그 어원이라고 하는 설도 있다. 또한 교회가 크리스마스 때 헌금함을 열어서 다음날 불우이웃들에게 주었는데, 헌금함 상자때문에 박싱데이라는 주장도 있다. 결국 ‘나눔의 날’인 셈이다.

박싱데이는 세월이 흐르면서 의미가 바뀌더니 지금은 물건을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작은상점에서 백화점에 이르기까지 상품을 반값이나 70-80%까지 연중 최고로 파격세일을 한다. 때문에 매장 앞은 물건이 동이나기 전에 사려는 사람들로 새벽부터 긴 줄이 늘어선다.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블랙 프라이데이, 그 다음 월요일인 사이버먼데이와 더불어 박싱데이는 3대 ‘소비자의 축제일’이다. 결국 최고의 소비자 축제일인 박싱데이는 주머니가 얇은 서민들이 싼값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으니 성탄절 축복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올 박싱데이에는 싼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는 것도 좋지만 주위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훈훈한 온정을 베푸는 것은 어떨까요?

<연창흠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