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종교인 칼럼] 크리스마스 스캔들

2018-12-20 (목) 김문철 목사/천성교회
크게 작게
축제로 들 떠 있는 크리스마스 절기다. 하지만 세상은 각종 스캔들로 시끄럽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변호사 마이클 코헨의 폭로 (선거자금법 위반, 러시아와의 연계, 불륜) 는 연일 메스컴을 달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헨을 “쥐새끼” 라고 몰아부친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스캔들이다.

크리스마스는 온 세상에 평화, 기쁨, 소망을 주기 위해 일어난 축복의 사건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크리스마스도 스캔들이다. 아기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동정녀로서 잉태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요셉과 정혼한 사이였는데 결혼도 하기 전에 요셉과 상관 없는 아이를 임신했다. 당시 문화에 의하면 간음죄로 돌에 맞아 죽을 불륜의 스캔들이다.
하지만 마리아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노릇이다. 그녀의 임신은 실수한 것도 원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의지와 상관 없이 하나님께서 강권적으로 만드신 성령을 통한 잉태였기 때문이다. (마 1:18) 그 누가 이런 임신을 믿겠는가? 약혼자 요셉은 물론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이 일을 안다면 어찌 생각하겠는가? 스캔들의 주인공이라고 손가락질 하지 않겠는가?

약혼자 요셉의 입장은 어떤가? 철석같이 믿었던 약혼녀가 자신과 상관 없는 임신을 하다니!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다. 배신감에 괘씸해 하지 않았을까? 분노를 견디지 못해 간음녀라고 떠들고 다니면서 온 동네에 수치를 주고 싶지 않았을까? 마을 사람들의 기묘한 시선을 받을 것이 괴롭지 않겠는가?


마리아와 요셉은 결혼도 하기 전에 생긴 아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둘다 강한 거부감을 표한다. 마리아는 “도데체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요?” 로 반응한다. (눅 1:34) 요셉은 “못 견디겠으니 헤어지겠습니다” 로 반응한다. (마 1:19) 당연한 반응이다. 내 계획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 발생할 때에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이 세상의 부도덕한 스캔달과는 차별된 스캔달이다. 오히려 부정의 뿌리인 인간의 죄를 제거하기 위한 거룩한 스캔들이기 때문이다. 인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스캔들을 하나님께서 대시 해결하기 위한 은혜의 스캔들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크리스마스는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르나 믿음으로 순종해야 할 사건이다.

우리의 삶은 때로 내 계획과 상관없이 전혀 뜻하지 않은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경우가 있다. 백혈병에 걸리고, 사업에 망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정든 곳을 떠나야 할 경우가 있다. 마리아와 요셉처럼 불가항력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대부분의 경우 “어떻게 이런 일이? 왜 하필 내게?” 와 같은 불만이 솟구친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위장된 하나님의 축복일 경우가 있다.

하나님께서 마리아에게 “네가 낳을 아들은 하나님의 아들이니 받아들이라” 고 하신다. 마리아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순종으로 반응한다. (눅 1:35) 하나님께서 요셉에게 “마리아의 임신은 성령으로 된 것이니 아내로 맞으라” 고 하신다. 요셉 역시 이해할 수 없었으나 순종으로 반응한다. (마 1:24)

순종하면 복이 굴러올까? 아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앞으로 더 험한 일을 겪을지 모른다. 마리아는 불륜아를 낳았다고 비난 받을 것이고, 요셉은 남의 아이를 키운다고 멍청이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순종이 현실적 축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종이 가치 있는 것은 그 속에 하나님의 은혜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역설이다.

크리스마스 절기에 세상은 여전히 지저분한 스캔들로 시끄럽다. 하지만 그것이 크리스마스 스캔들이 필요한 이유다. 세상의 스캔들을 지워버리기 위한 하나님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 기쁨과 평화의 선물이 온 세상에 차고 넘치길 기도한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희생과 사랑으로 순종하는 믿음을 통해! 메리 크리스마스!

<김문철 목사/천성교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