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물에서 지혜를 배운다

2018-12-08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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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먹는 물(water/水). 목마르면 마시는 물. 수소원자 2개와 산소원자 1개로 구성(H2O)되어 있는 물. 마시지 않으면 죽는다. 우리 몸의 70%가 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물을 많이 마시면 건강에 좋다. 부족한 몸의 물을 보충해주기 때문이다. 물은 생명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에게도 물은 생명이다.

생명 같은 물은 동물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식물에게도 물은 생명이다. 한 주에 한 번씩 화초에 물을 준다. 화초는 물만 먹어도 잘 자란다. 크게 자란 화초에선 산소가 뿜어져 나온다. 집안에 화초를 많이 가꾸는 집들. 그만큼 산소공급도 많이 되어 좋다. 화초에 물이 부족하면 화초는 금방 누렇게 변해 죽어가는 걸 본다.

물의 기원. 물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그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 46억 년 전 지구는 불덩어리였다. 지구가 식어가면서 화산폭발이 일어난다. 이 때 지구 내부에서 빠져나온 기체들이 지구의 대기층을 만든다. 대기층은 메탄가스, 수소가스, 암모니아가스로 채워진 수증기가 대부분이었다.


이 수증기들이 점점 커져간다. 그리고 수증기는 비가 되어 수백 년간 지구에 뿌려진다. 지구의 낮은 지표면은 물로 채워진다. 이게 우리가 말하는 바다가 된다. 지구 표면의 바다 물의 비율은 70%다. 인간 몸의 물의 비율과 같다. 지금도 비는 계속 내린다. 비의 원리는 수증기가 구름이 되어 하늘에서부터 떨어지는 거다.

아직까지 지구 외에 다른 곳에서의 생명체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왜. 물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1월28일 나사(NASA)가 쏘아 올린 화성탐사선 ‘인사이트’가 화성에 착륙했다. 지구에서 206일간의 항해 끝에 무사히 도착, 화성의 지질을 파악해 나사로 보내준다. 화성은 사막으로 채워져 있다. 만약 화성에서 물을 발견한다면.

생명체도 발견할 수 있을 게다. 인사이트 호는 앞으로 2년간 화성에 머물게 된다. 그러며 화성의 지표면과 내부특징 등의 연구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그 임무 가운데는 어떻게 화성이 지금처럼 황량하고 건조한 공간이 되었는지도 연구한다. 그리고 인간이 화성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의 여부도 파악하게 된다. 그러나 결과는.

물에 관건이 달려 있다. 화성에서의 지질 탐구결과 물이 있을 확률이 전혀 없다면. 인류가 살아갈 수 있을 확률도 없게 된다. 물을 화성까지 옮겨야 하는데. 어떻게 그 많은 물을 실어 옮길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지구는 축복받은 땅이다. 아니, 이런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와 인간들이 축복받은 존재들임엔 확실하다.

노자는 물을 도(道)와 같은 수준으로 보았다. 도와 같은 수준이란. 물의 속성을 그렇게 보았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Tao Te Ching) 8장에 나온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지극히 선한 것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한다. 하지만 다투지 않는다. 중인(衆人)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한다. 그런고로 도(道)에 가깝다고 한다.

흔하디흔한 물. 바다. 강. 내. 물 한 잔. 물에서 인간이 지혜를 배운다. 물은 낮은 곳을 찾아 흐른다. 그리고 어떤 장애물이 나와도 비켜 흐른다. 다투지 않는다. 용기에 담기는 물. 네모, 세모, 원, 용기에 따라 물은 달라진 모양을 갖는다. 그래도 불평하지 않는다. 차면 얼고, 뜨거워지면 수증기가 된다. 처신의 달인이 물이다.

노자의 철학을 한 마디로 한다면. 물(水)의 철학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 모든 강물을 포용하여 담을 수 있는 그릇. 바다다. 바다처럼 넓은 마음만 가지고 산다면, 세상에 무슨 걱정과 탈이 있으랴만. 바늘 끝 같은 좁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니 늘 불평과 불만이 끊이지가 않겠지. 물은 생명이자 곧 선이요 도와 같다.

하지만 물이 노하면 쓰나미가 되어 온갖 잡스러움을 쓸어버릴 수도 있다. 물에서 선(善)만 배우는 게 아니다. 아무리 선한 자연이라도 화가 치솟으면 무섭게 변한다는 섭리도 배운다. 우리가 매일 먹는 물. 무심코 마시는 물이라도 물이 지니고 있는 지혜를 음미하며 마셔도 꽤 괜찮을 것 같은데. 조금 지나면 또 잊어버리겠지.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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