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술이 웬수야?

2018-12-04 (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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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했다. 구세군의 힘찬 종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밤이면 동네의 이집저집에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리 불빛도 환하게 켜진다. 어느덧 다사다난했던 2018년도 연말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면 각종 모임을 갖게 된다. 지인들과의 만남은 더 많아진다. 심지어 소식이 뜸하던 친구들에게도 연락이 온다. ‘얼굴 한 번 보자’, ‘밥 한끼 먹자’, ‘술 한잔 해야지’라고... 그래서 매년 한 해의 마지막 달에는 각종 송년모임 약속들로 달력이 가득 채워져간다. 술자리가 잦아지는 이유다.

친구나 지인들과의 만남에는 대개 술이 빠지지 않는다. 술을 마시다보면 술자리를 함께 하기에 좋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항상 분위기와 대화를 부드럽게 이끈다. 즐거움은 덤이다. 거기에 음주습관에서 배울 것도 많아서 더욱 좋다.


함께 술 마시면 좋은 사람들. 그들은 공통적인 음주습관을 지니고 있다. 우선, 자신의 적정 주량을 잘 알고있고 안 취할 정도만 마신다. 그 이유는 술은 마실수록 판단력이 흐려지고 자제력이 흐려지기 때문이란다. 나이가 들수록 적은 량을 마셔도 대뇌활동이 억제돼 자신이 얼마나 마셨는지, 어느정도나 취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좋은 사람과 함께 술을 적당하게 마실 수 있으니 술은 약이 되는 셈이다.

또한 빈속에 마시는 술은 절대금물이다. 애주가들이 즐기는 빈속에 넘기는 첫 잔의 제 맛을 즐기지 않는다. 술을 마시기 전에는 꼭 음식으로 속을 챙긴다. 술이 나오기 전에 밑반찬이나 기본 안주를 먹어두는 것이다. 이유는 위염, 설사, 역류성식도염 등을 막고 빨리 취하기 않기 위해서란다. 술자리의 분위기를 챙기면서 자신의 몸을 배려할 수도 있으니 참으로 지혜로운 음주습관인 셈이다.

더불어 술자리에서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수다스러울 정도다. 그것은 바로 술을 천천히 마시기 위한 전략이다. 술을 빨리 마시면 알코올 혈중농도가 빠르게 높아져서 건강에 더 해롭기 때문이란다. 몸에 흡수된 알코올을 빠르게 배출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다. 흡수된 알코올의 10% 정도는 숨을 내쉴 때 배출 되는데, 말을 많이하면 호흡 횟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애주가들 중에서 술을 마실수록 말이 많아지는 것은 술자리를 주도(?)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건강도 챙기고 있는 셈이다.

술자리 하는데 좋은 사람들은 자신은 물론, 상대방을 배려하는 술자리 분위기 조성 역시 익숙하다. 기본적으로 상대방에게 술을 지나치게 권하지 않는다. 과음을 하거나 폭음을 일삼는 상대방을 방관하지도 않는다. 실수 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하게 술을 마시도록 분위기를 이끄는 편이다. 아무리 편한 사람이라도 술 자리에서는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함께 술을 마실 때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술자리와 골프는 섬이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절대 반주는 하지 않는다. 여러 종류의 술을 마실 때는 도수가 낮은 술부터 마신다. 음주 도중 덜 취하기 위해 탄산음료를 마시거나 술에 섞지 않는다. 물을 많이 마신다. 한 번 술을 마시면 2-3일 정도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이처럼 지혜로운 음주습관을 잘 지키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술자리 하기에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결국 좋은 음주습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의 술자리는 항상 즐겁고 유익한 것이란 말이다.

한 해를 정리하는 12월이다. 각종 연말모임에는 술이 빠지지 않는다. 술자리가 잦아지면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의 위험도 높아진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서 ‘술이 웬수야!’라는 한탄의 소리가 자주 들린다. 하지만 술은 잘못이 없다. 잘못된 음주습관의 탓일 뿐이다. 예로부터 술은 백가지 약 중에 으뜸이라고 불리고 있다. 적당한 음주는 좋은 사람과 한 잔 하는 즐거움도 오랫동안 만끽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과음이 독이 된다는 사실은 꼭 명심해야 한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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