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물의 의미

2018-12-04 (화) 정강 밀러/머시 칼리지 교수
크게 작게

▶ 웨체스터 칼럼

이번 추수감사절날 친척분께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명절이 추수감사절인데 그 이유는 다른 명절과는 달리 상업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선물 교환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편안히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동감하였다.

생각해 보니 미국에 와서는 생일, 기념일, 크리스마스 때가 다가오면 선물 준비에 많은 고민과 시간을 투자했다. 항상 선물을 살 때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선물을 받는 사람과 축하하는 날에 맞는 선물을 고르는 것이 쉽지않다. 선물의 가치를 여러모로 따져보게 된다. 받는 사람이 좋아할까, 필요로 할까, 가격이 비싸서 부담이 되는지, 부족한지 하는 등등. 크리스마스 선물을 교환할 때도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이 생기게 된다.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 감사의 뜻을 잘 전해야 하는 의무를 느끼게 된다. 선물을 준 사람의 의도를 잘 모르게 되면 혼동이 오기도 한다. 선물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상업적이 면이 있지만, 선물 그 자체보다는 선물을 주고 받는 사람들 사이의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본다면 좋은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보면 선물은 나와 먼 곳에 있는 가족, 친구, 친척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미국에 와서부터 그들과 선물을 주고 받게 되었는데 선물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관계를 지속하는 역할을 한다.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전하는 방법으로 선물을 교환한다.


선물에 담긴 의미도 있지만, 선물을 고르고 사는 과정에서 더 큰 보람을 느낀다. 그 과정 동안에 받는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관심을 가지면서, 함께했던 시간들과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정신적으로 상대방과 연결시켜주는 계기가 된다. 같은 경험을 여기서도 많이 하게 된다. 딸과 함께 친구들 생일 선물을 사면서 친구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 그 아이가 좋아하는 색깔, 취미, 관심사 등등.

선물의 종류도 문화에 따라 다양하다. 한국에서는 손수건을 미국에서는 양말을 선물로 가장 많이 샀던 것 같다. 두가지 다 일상생활 필수품이지만 한국에서 양말을 선물로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 특별한 선물을 받은 적이 많다. 한국에서는 주고받던 선물과는 아주 다른 것들이라서 기억에 남아있다. 대학원을 마치고 다른 주로 옮겨 왔을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로부터 큰 상자를 소포로 받았는데, 그 속에는 직접 만든 과자와 대학원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담은 사진첩이 들어있었다. 그 사진첩에는 같은 스터디그룹에 있던 친구들이 쓴 편지들도 들어있었다. 정말 따뜻한 마음이 담긴 소중한 선물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우연히 받은 생일 선물이다. 생일날 선물가게에서 우연히 마주친 학교 친구가 그날이 내 생일날인 것을 알고 자기가 가게에서 구매한 토끼인형을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나중에 그 친구의 생일이 나와 같은 날이였음을 알게 되었지만 선물을 보답할 기회가 없어서 미안했다. 언젠가는 나도 그건 선물을 해 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기억에 남는 선물들은 주는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담겨있어서 받는 사람에게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들이다.

<정강 밀러/머시 칼리지 교수>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