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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와 인재

2018-11-26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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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天災)는 사람이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재난을 가리킨다. 지진 태풍 해일(海溢) 폭우 폭설 등은 사람이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재난이다. 우리가 할 일은 그 수습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러나 산불 언덕 붕괴 등은 사람이 원인을 만든 인재(人災)들이다. 그것들은 적절한 관리와 예방대책으로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재난들이다.

캘리포니아에 큰 산불이 발생하였다. 1971년에도 역시 캘리포니아에 산불이 나서 3천 가옥을 불태우고, 25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일어났었다. 이번에 다시 큰 산불이 발생하여 이미 100채의 주택이 소멸되고 사망자의 수가 52명으로 발표되었지만 행방불명자가 많으니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번 산불이 태운 면적은 서울 면적의 절반 정도라고 생각하면 짐작이 갈 것이다. 어마어마한 넓이다. 금년 7월에는 콜로라도 주에서 산불이 나서 100채의 주택이 탔다.

산불의 87%가 인재에 속한다고 한다. 캠핑 절기에 많은 불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캠핑객들이 불을 피웠다가 완전히 끄지 않고 떠난 것이다. 한국에서의 산불은 등산객의 음주에 원인이 많다고 한다. 산에서 술을 마시고 술기운에 뒤처리를 철저하게 안 하고 떠난 것이다. 미 연방정부는 긴급 사태라고 판단하고 전국의 3대 국립공원에 잠정적인 폐쇄령을 내렸다. 나라의 보배와 같은 아름다운 국립공원들을 소실한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대형 산불이 여러 번 발생하였다. 강릉 산불은 산림 57ha(헥타아르)를 태웠고, 삼척 산불은 270ha, 상주 산불은 무려 340ha를 태우고서야 진화되었다. 산불이 야기하는 국가적 손실은 막대하다. 한국의 산불들은 늘 강풍을 동반하여 초속 12미터의 속도로 번진다. 산불로 말미암은 산림의 손실은 축구장 164개의 넓이에 해당한다고 하니 굉장히 넓은 산야가 산불로 소실된 것이다. 물도 무섭지만 불은 인명을 앗아가기 때문에 더 무섭다.

산불은 큰 재난이지만 재난이 변하여 축복이 된 예도 있다. 캘리포니아 이스트베이에서 산불이 발생하였을 때 ‘미술의 골짜기’라고 불리던 산마을에 미술가와 조각가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의 귀중한 작품들이 소실되었다. 그들 중에 헝거라고 불리는 조각가가 있었다. 15년에 걸쳐 제작한 그의 작품들이 소실되었다. 그러나 그의 머리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골짜기에 널려있는 불탄 쇠붙이와 나무들, 기타 녹은 알루미늄과 금속들을 재료로 하여 새 작품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였다. 그의 생각에 찬성하는 미술가들 백여 명이 나섰다. 그들은 불탄 잔재들을 이용하여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하였으며 1992년 10월 대화재를 기념하는 Fire Art Project란 전람회를 열어 대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야외예배가 계획된 날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교인 한 분의 전화가 걸려왔다. “목사님, 점심 때 쯤 되면 비가 그치겠죠?” 나는 신학교에서 기상학까지는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깊은 의미로 대답하였다. “비는 반드시 멈추게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고통의 해결을 외부에서 찾지만 사실은 고통과의 용감한 투쟁 속에 길이 있는 것이다. ‘아플 때는 잘 앓아야 한다.’는 말처럼 고통을 지긋이 씹어보는 인내의 맛을 터득할 때 고통을 극복할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조급해서 기다림의 맛을 모르는데 괴로울 때 기다림의 예술을 배워야 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이다. 모진 북풍이 강한 바이킹과 그들의 조선술을 강화시켰다. 요즘 인류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은 기술 향상 면에서 추운 나라들이 따뜻한 나라들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에 키위나 펭귄이 많다. 그들은 날지 못한다. 환경이 좋아 걸어만 다녀도 먹이가 많으니까 진화과정에서 날개가 퇴화한 것이다. 팽이는 때려야 돈다. 연은 바람이 적당히 있어야 잘 난다. 돛배에게도 바람은 방해가 아니라 추진력이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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