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소금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소금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곳에 도시가 형성될 정도였습니다. 사람이 육식을 하면 동물의 육질에서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하루 1g 정도의 소금을 섭취할 수 있지만, 채식을 한다면 소금을 섭취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소금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어서, 소금을 유통하는 업자들이 부를 축적했고 나중에는 소금의 생산과 유통을 국가가 주관하고 세금을 매겼습니다.
로마 시대에는 소금으로 병사들의 봉급을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살라리움(salarium)>에서 봉급에 해당하는 영어 샐러리(salary)가 나온 이유일 것입니다. 앞의 “살(sal)”이 소금을 뜻하는데 여기서 우리가 잘 아는 샐러드, 살사, 소시지와 곁들이는 살라미가 파생되었습니다. 소금으로 간을 맞춰야 상품성이 생기는 것들입니다. 이 모든 것은 바위에서 소금을 채취하거나 바닷물을 말려서 소금을 얻었던 천연 소금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화학 소금이 등장하면서 소금은 값싸게 구할 수 있는 생필품이 되었습니다.
소금이 우리 인체에 꼭 필요한 영양소라는 것 외에도 소금의 진가는 여러 곳에서 증명됩니다. 무엇보다, 부패를 막아줍니다. 맛을 냅니다. 음식에 소금이 들어가지 않고 간이 맞지 않으면 산해진미도 입에서 뱅뱅 돌 뿐 넘어가질 않습니다. 소금은 나쁜 습관이나 부정을 막는 데도 사용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행여나 이불에 실례를 하면 키를 머리에 쓰고 이웃집에 가서 소금을 얻어와야 했습니다. 원치 않는 발길이 집에 들어오면 소금을 뿌려서 퇴치했습니다.
성경에도 소금이 종종 등장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향해서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고 하셨습니다. 어둠을 밝히는 빛과 더불어 부패를 막고 세상을 신선하게 유지하는 소금이 되라는 부탁입니다. 맛을 잃은 소금은 길가에 버려져서 사람들에게 밟힐 뿐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구약성경 레위기에서는 곡식을 빻아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릴 때 누룩이나 꿀을 넣지 말고 소금을 치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누룩이나 꿀은 곡식을 부패시키지만, 소금은 부패를 막기에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소금을 두고 서로 화목하라고 하셨습니다. 소금이 살아있는 것들의 기를 죽이듯이 서로 양보하면서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라는 부탁입니다.
이스라엘이 70년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후에 기록한 구약성경 역대기서에 “소금 언약”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하나님을 떠나고 우상을 섬겼다가 나라를 잃었습니다. 70년이라는 긴 시간을 바빌론에서 포로로 살다가 선지자 예레미야의 예언대로 고향 예루살렘에 돌아왔습니다. 비로소 이들은 조상 아브라함과 모세 그리고 다윗과 하나님이 맺으신 언약을 기억하면서 그것을 “소금 언약”이라고 불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소금처럼 변함이 없으셨는데, 자신들이 하나님을 떠나면서 재난을 당했으니 다시 신실하신 하나님께 돌아가겠다는 결심입니다.
실제로 고대 근동에서는 상거래는 물론 계약을 맺을 때 소금을 사용했습니다. 소금을 뿌리기도 하고, 소금을 위약금으로 걸거나, 계약 당사자가 소금을 친 음식을 먹으면서 상호 계약을 지킬 것을 약속했습니다. 소금 친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을 친구 관계의 상징으로 생각했습니다. 소금의 변하지 않는 속성 때문일 것입니다. 신약에서 입술의 말에 소금을 치라는 구절이 등장하는데 이말 저말 하지 말고 말에 책임지라는 교훈입니다.
이처럼 소금은 변치 않는 신실함을 가리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소금 언약을 하신 것은 신실하신 하나님을 밝히신 것입니다. 사람은 하나님을 등지고 떠나지만, 하나님은 밤하늘의 북극성처럼 언제나 그곳에 계십니다. 하나님을 두고 사람들이 왈가왈부하지만, 하나님은 미동도 하지 않으시고 소금 언약을 지키십니다. 이처럼 신실하신 하나님을 만나는 길은 우리 역시 소금 언약을 마음에 품고 신실함으로 하나님께 나가는 것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수감사절을 맞았습니다.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소금 언약이 유효했기에 은혜로 맞는 감사절입니다. 감사절을 맞아서 신실하신 하나님께 소금처럼 변하지 않고 맛을 내는 신실한 믿음으로 응답하기 원합니다. 세상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기로 결심하면서 감사절을 맞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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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용 목사/ 샌프란시스코 참빛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