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였던 태영호씨가 한국으로 망명해서 최근에 ‘3층 서기실의 암호’ 라는 책을 출판했다. 3층 서기실은 김정일, 김정은 부자를 신격화하고 세습 통치 유지를 위한 업무를 전담하는 기관이라고 한다. 저자는 지난 30년동안 북한 권력부 핵심 일원으로 막후에서 일어났던 120가지의 극비의 사건 전말을 적라나하게 폭로했다.
자신이 3층 서기실에 첫 공직을 시작하면서 맡은 업무가 ‘김일성,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라’는 임무였다고 한다.
최근에 문대통령을 통해 교황을 평양에 초청했다는 외교 뉴스와 맞물려 있어서 더욱 관심을 가졌다. 교황이 과연 북한을 방문할 것인지? 북한이 어떤 목적으로 교황을 초청
하려는지? 저자의 뒷 담화를 읽으면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가 있었다.
1991년에 김일성과 그의 손자 김정은 위원장이 교황을 초청한 동기와 배경이 거의 흡사하게 일치 하고 있다. 김일성이 교황을 초청하기 2년전 1989년에 동독이 무너져 서독에 흡수 통일이 되었다. 같은 해 중국에서는 민주주의 혁명인 천안문 사태가 발발했다. 1년 후에는 한국과 소련이 외교 관계를 수립했고, 중국과도 무역 대표부를 설치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보호막이었던 소련이 붕괴되고 말았다. 여기에 또 하나의 악재가 일어났다. 오른팔 같은 중국마저도 한국과 국교를 수립 하게 되자 김일성은 국제적 외
교에서 극단적인 고립을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라도 숨통을 찾아야 하는데 평화의 사도로 일컫는 교황을 초청한다는 것은 그 시대와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호재가 아닐 수가 없다.
이 교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가운데 흥미로운 대목이 실려있다. 교황청이 북한에 진짜 가톨릭 신자가 있으면 데리고 올 것을 요구했다. 저들은 6.25이전의 주민 등록부들을 뒤져서 그 당시의 신자 중의 할머니 한 분을 찾아 내었다. 그리고 ‘아직도 하느님을 믿느냐?’고 묻자 ‘수령님과 노동당이 있는데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이 무슨 소리냐?’고 되려 간부를 쏘아 부쳤다고 한다. 다급해진 간부는 ‘솔직히 말해도 괜찮다. 진짜를 찾아야 교황청에 데리고 가서 당과 조국에 도움이 된다’ 고 안심을 시키자 그때서야 할머니는 ‘한 번 마음 속에 들어오신 하느님은 절대로 떠나지 않는다’ 고 고백을 했다고 한다.
이 할머니는 뒷담에 꾸며진 예배단을 보여주면서 밤마다 자식들 모르게 40년을 넘도록 예배했다고 말했다. 당간부가‘ 조국혁명의 이익을 위해 이제 바티칸에 가게 되었다’고 말할때 할머니는 너무 감격해서 무의식적으로 반복적으로 하느님! 하느님!을 찾고 감사했다고 한다.
이 때 당간부는 당황해서 하느님이 할머니를 부르신 것이 아니라 당이 할머니를 불렀으니 더 이상 하느님! 소리를 입밖에 내지 말라고 주의를 줬단다. 할머니는 그 이상 하느님을 말하지 않았지만 그 마음과 눈빛은 여전히 진짜 하느님을 향한 진짜 신자임을 당간부들이 목격하면서 사상보다 종교가 무섭다는 것을 목격하고 확인했다고 한다.
교황청에 가서도 이 할머니는 북한에 종교의 자유와 가정 예배처소가 있음을 증언하여 조국에 큰 공을 세울뻔 했는데 체재 유지에 민감한 김정일 위원장이 자신들의 사상을
초월하고 있는 종교의 무서움을 직감하면서 교황 초청 프로젝트를 무산 시켰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 할아버지 시대와 현재 손자가 당하고 있는 고립과 비핵화로 인한 국제사회의 절대적인 제재 상황에서 과연 교황을 초청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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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