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 경매에 시애틀예술박물관(SAM)은 슬펐다

2018-11-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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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기증 예정됐던 작품 9,190만달러 낙찰

▶ 에드워드 호퍼 ‘찹 수이’

뉴욕 경매에 시애틀예술박물관(SAM)은 슬펐다
‘2018년 11월 14일’은 시애틀예술박물관(SAM)에 다소 슬픈 날로 기록됐다.

한때 SAM에 기증되기로 약속됐던 에드워드 호퍼의 유화 작품인 ‘찹 수이’(Chop Suey)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190만 달러에 낙찰돼 새로운 주인을 맞았기 때문이다.

뉴욕 크리스티 경매소는 13~14일 이틀 동안 초호화 여행산업계 거물인 바니 엡스워스가 소장했던 작품 80여 점에 대한 경매를 실시해 3억2,310만 달러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이번 경매에 포함된 ‘찹 수이’는 당초 7,000만 달러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를 훨씬 뛰어 넘으며 에드워드 호퍼 작품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하게 됐다.


이 작품을 소장했던 바니 엡스워스는 세인트 루이스 출신이지만 2003년 시애틀로 이사를 하면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그는 SAM 이사로 활동할 당시인 지난 2007년 이번에 경매로 팔린 ‘찹 수이’를 비롯해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 65점을 SAM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당시 디렉터였던 미미 게이츠에 약속했다. 미니 게이츠는 빌 게이츠의 양 어머니이다.

엡스워스와 미미 게이츠는 당시 이 같은 약정 소식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이 같은 발표가 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해 4월 엡스워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소장 작품에 대한 소유권 등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었고, 결국 SAM 기증이 무산되고 말았다.

야채와 다진 고기를 볶아 밥과 함께 내놓은 미국식 중국 음식의 이름인 ‘촙 수이’는 뉴욕에 살면서 사람들의 도시적인 삶을 주요 소재로 그려 미국적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호퍼는 산업화와 1차 세계대전, 경제대공황을 겪은 미국의 모습을 포착한 리얼리즘의 화가로 고독과 소외라는 주제로 일관하는 작품 활동을 했다.

‘찹 수이’는 두 여인이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레스토랑 안을 배경으로 한다.

실내에서도 아직 벗지 않은 모자와 테이블 사이 벽 옷걸이에 걸린 코트가 겨울임을 암시하는 가운데, 쨍한 겨울 한낮의 햇살이 빛난다. 레스토랑 내부에서 외부로 향하는 시점으로 그려진 이 작품에서는 가히 천재적이라 할 만한 빛의 묘사로 한겨울 바깥의 차가운 날씨와 실내로 들어오는 햇살의 온기가 동시에 느껴지면서 무표정한 얼굴의 표정 등이 잘 나타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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