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파워

2018-11-14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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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년 당시, 프랑스는 영국과의 사이에 이어진 100년 전쟁으로 전 국토가 폐허가 되다시피 나라꼴이 말이 아니었다. 이 길고긴 전투에서 번번이 강력한 영국 군에 대패했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프랑스 소작농의 딸 잔다르크가 샤롤 왕세자를 찾아가 테스트를 거쳐 신임을 얻어내고 전투에 필요한 갑옷과 말, 칼 등을 받아 지칠대로 지친 프랑스군을 강력하게 이끌어 전세를 한순간에 역전시켰다. 잔다르크는 이 외에도 여러 전투에서 기선을 잡는 쪽으로 프랑스 군의 사기를 드높였다. 16세 나이에 오로지 나라를 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나선 잔 다르크의 용기와 애국심은 6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애국주의의 상징이 되고 있다. 이 어린 소녀의 애국심은 대체 어디에서 발단된 것일까.

다름 아닌 여성만이 지니고 있는 내면의 특유한 강인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여성의 이러한 특성에 힘입어 동서양 역사에는 위대한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자식을 위해서는 죽어도 좋다면서 그 어떤 것도 초월할 정도의 강인한 모성으로 아들을 황제로 만든 네로의 어머니 아그리피나, 10년이나 종교를 이탈해 방황하던 아들을 끝까지 인내하며 기도해 가톨릭 1000년 역사의 획을 그은 어거스틴의 어머니 모니카 등이 있다. 한국역사에도 모성의 힘으로 조선을 대표하는 대학자가 된 이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과 유명한 서예가로 성공한 한석봉의 어머니 등이 있다.


이 때만 해도 극심한 여성 경시 사상으로 여성들의 사회활동은 꿈도 못지 못하던, 그야말로 암흑의 시대였다. 그러던 여성의 사회진출이 지금은 너무나 활발해져 그런 시대가 과연 있었는가 할 정도로 남성들이 독점하던 자리까지 속속 꿰차고 있다.

여자의 목소리가 담장을 넘어가면 집안이 망한다고 한 한국에서 벌써 몇 년 전부터 정계에 진출해 국정을 논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미국도 투표권도 갖지 못하던 여성의 정계진출이 눈부시게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미연방하원에만 여성의원이
100여명 포진돼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지금 미국의 수장인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의 헌법과 가치에 위배되는 반이민정책으로 인종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정책으로 매일 매일 땀 흘리며 열심히 살아가는 소수민족 이민자들의 삶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의 정책을 바로 잡으려면 정계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지난 6일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미동부의 앤디 김(뉴저지 연방하원 3지구)과 서부의 한인여성 영 김(캘리포니아 연방하원 39지구)의 의회입성을 향한 도전은 미주한인사회의 숙원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영 김의 의회 입성은 100명이나 되는 하원에 한인여성도 당당하게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그의 성공적인 의회입성에 기대를 걸어본다. 여성 한명이라도 잔 다르크 같은 마음으로 활약한다면 나라발전에 크게 일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정치인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아웅산 수치여사는 가정주부에 불과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민중 앞에서 한 연설이 대중을 감동시키면서 졸지에 군부의 독재를 규탄하는 민주화운동의 지도자로 급부상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여성이 지닌 숨은 저력이다.

이때부터 수치여사는 민중들의 요구대로 창설한 민주주의 민족동맹의 의장이 되어 가택연금, 해제, 또 구금 등의 위협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활동,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았다.

이제 여성들의 사회진출은 갈수록 속도를 더해 가고 있다. 퓨 리서치 센터의 연구결과 세계적으로 여성이 지도자인 국가도 지난 2년간 두 배로 늘어 15개국이나 된다. 물이 바위를 뚫는 것처럼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시대가 온 것일까. 여성이 지닌 강인함과 인내, 그리고 온유함과 따스함이 가져온 결과다.

앞으로 한인여성이 미국정계를 흔들 날도 머지않은 듯싶다. 영 김의 성공적인 의회입성을 학수고대 한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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