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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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2018-11-12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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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속담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원래 중국에서 강남이라고 하면 양자강 이남을 가리키지만, 이 속담의 강남은 물론 중국의 강남은 아니고 어딘지는 몰라도 아주 먼 남쪽 나라를 가리켜 친구가 좋아서 그와 동행한다면 멀리 낯선 고장에까지도 갈 수 있다는 우정 어린 표현이다.

세상에는 유행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이 하는 것을 여럿이 그를 따라 하는 것이 유행이다. 옛날 초(楚) 나라 임금이 허리가 가는 여자를 좋아했다. 그랬더니 그 나라 여자들이 앞을 다투어 가는 허리를 만들기 위하여 애썼다는 것이다. 허리가 가늘어지려면 먹는 것이 중요하므로 여자들 사이에서 적게 먹기 운동이 유행하였다고 한다. 유행 때문에 패션 산업이 잘 된다. 여성들의 화제는 첫째가 패션, 둘째가 화장, 셋째가 남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셋째로라도 남자가 화제가 오른다니 고마울 따름이다.

한때 미국 배우 마릴린 먼로의 인기가 높아지자 한국 여성들도 굵은 허리, 듬직한 체격을 만들기 위하여 불고기집이 여성 천하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행이란 본래 자기를 남과 비교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비교해서 질투도 생기고, 질투에서 미움이 움트고, 미움이 싸움으로 번진다. 이슬람권에서 질투가 심하다고 한다. 가령 자기 아내가 남편의 친구를 똑바로 쳐다보기만 해도 질투한다는 것이다.


질투도 사랑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만 과격한 질투는 오히려 사랑을 해친다. 질투는 사람뿐이 아니라 동물의 세계에도 있다. 집에서 키우는 두 마리의 개가 주인의 관심과 사랑을 놓고 질투한다고 한다. 형제끼리도 어려서는 먹을 것이나 장난감을 놓고 서로 질투한다.

한국어의 질투와 시기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개념이다. 시기는 전통적으로 ‘7대 악’에 속하고, 만악(萬惡)의 근원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질투는 정도를 넘지 않는 한 가벼운 허물이다. 질투는 참 무섭다. 질투 때문에 친구가 원수가 되는 경우를 보았다. 질투는 비단 남녀 사이의 문제만은 아니다. 성경 벽두에 가인이 동생 아벨을 살해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질투 때문에 발생한 살인사건이었다.

바울은 인간의 대표적인 죄악 열두 가지를 꼽았는데 “불의, 탐욕, 악의(惡意), 살인, 분쟁, 질투, 비방, 교만, 불효, 무정(無情), 무자비 등이다.(로마서 1:29-31) 기독교는 전통적으로 칠죄종(七罪宗)을 말해왔다. 그것은 질투, 교만, 분노, 음욕, 탐욕, 나태이다. 유교에서는 질투를 칠거지악(七去之惡) 즉 일곱 가지 악 중의 하나로 넣었다. 칠거지악은 아내를 쫓아낼 수 있는 일곱 가지 죄인데 다음과 같았다. 시부모에게 불순종, 아들을 못 낳음, 음탕함, 나쁜 병이 있음, 말이 많음, 도둑질을 함, 남편의 다른 여자(시어머니나 첩)를 질투함 등인데 옛날 한국 여인들의 기막힌 한을 엿볼 수 있는 남존여비 사상이다.
성경은 ‘마음의 화평은 육신의 생명이니 시기는 뼈의 썩음이니라.’ (잠언 14:30)고 하였다. 화평한 마음은 생명에 이르는 길이지만 질투는 뼈가 썩어 들어가는 것 같은 고통의 나락이라는 뜻이다. 질투라는 구덩이에 일단 빠지면 빠져 나오기가 매우 어려워 질투는 곧 지옥의 입구란 의미이다. 녹이 쇠를 좀 먹듯 질투는 영혼을 병들게 한다.

악마는 처음부터 검은 얼굴로 달려들지 않는다. 악마가 가장 애용하는 수법은 인간의 질투심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성에 대한 질투, 재물에 대한 질투심을 일으켜 경쟁하게 하고 싸우게 하다가 멸망으로 이끈다. 그러므로 질투는 악마의 사신이다. 질투의 불이 붙으면 눈이 가려지고 귀가 안 들리고 바보가 된다. 사랑이란 여유 있고, 넓은 마음을 갖는 것이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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