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 부동산 이야기

2018-11-09 (금) 김현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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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 때문에 시애틀주택시장 술렁

“지금 집을 살까, 아니면 좀 더 기다렸다 내년 봄에 집을 살까?”
“내년 봄 매물이 더 나오면 집값이 더 싸질 텐데…”
“이자율이 더 오르면 융자액이 줄어 맘에 드는 집 사기가 힘들어지는데…”
“맘에 드는 집들은 빨리 팔려버리고, 비수기라 매물이 더이상 안나오는데…”

요즘 바이어들의 고민이다. 결국 한 고객은 지난달 60만 달러에 리스팅한 집에 1주일만에 오퍼를 받아 팔고, 아파트 렌트로 들어가 내년 봄에 집을 사려고 계획하고 있다. 다른 바이어는 이자가 더 오르기 전에 벨뷰 다운타운 부근에 200만달러 안팎의 집을 사려하는데 맘에 드는 집이 나오지 않아 조바심을 내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르던 시애틀 주택시장이 주춤하면서 내년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궁금해들 하고 있다. 더욱이 아마존이 제2본사(HQ2)를 동부로 정할 것이란 보도가 이어지면서 시애틀 주택시장도 술렁거리고 있다.


아마존은 일단 제2본사를 두 도시로 나눌 예정인데 워싱턴DC인근 크리스털 시티와 뉴욕 맨해튼 동쪽 롱아일랜드 시티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군이 좋고 맨하튼과 교통편이 편한 롱아일랜드 시티는 이미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리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에 반해 시애틀 주택시장은 울상이다.

내년 아마존직원 이주로 매물 더 늘듯

지난 수년간 시애틀 주택시장의 견인 역할중 하나였던 아마존 직원들이 다수 동부로 이주하게 되면 아마존 직원이 소유하던 집들이 내년에 매물로 더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시애틀 채용 직원수를 감소시키면 타주 전입자들도 줄어 결국 집을 사려는 바이어 숫자도 준다. 한 융자 오피서는 시애틀 주택시장은 아마존의 영향이 커 아마존 주가 동향 및 보너스 시즌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필자만 해도 10명의 바이어 가운데 2~3명은 아마존과 관련된 바이어였다. 복수 오퍼를 받다 보면 20~30%가 아마존에 근무하는 바이어였다. 타주에서 이직해오거나, 한국에서 오는 경우, 아니면 아마존에 다니는 자녀와 가까이 살기 위해 집을 찾아 달라는 부모도 있었다. 고소득자인 아마존 직원들이 집을 사려면 아마존과 관련된 융자은행이 나서서 융자 사전승인서를 즉각 발부해주곤 한다.

시애틀의 유일한 기둥산업이었던‘보잉이 재채기를 하면 시애틀이 감기 걸린다’던 시절이 있었다. 이젠‘아마존이 재채기를 하면 시애틀이 감기 걸리게’생겼다.

아마존이 제2본사로 선정될 2개 도시에 5만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마존이 시애틀 직원중 상당수를 동부로 이전시키고, 시애틀 채용 인원수도 줄이면 시애틀 주택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아마존 외에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시애틀에 IT관련 종사자들이 계속 유입돼 주택시장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이견도 있다.

하지만 이자율, 무역전쟁, 중국인 바이어 감소로 인한 전국적인 주택시장 침체 분위기에다 아마존 제2본사로 인한 직원이동 및 채용감소까지 더해지면 시애틀 주택시장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문의: hskim@windermere.com

<김현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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