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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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2018-11-09 (금) 이태상/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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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의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Will I Ever Find The Love of My Life?)" 이는 2018년 10월21일자 뉴욕타임스 일요판에 실린 '록산에게 물어봐 (Ask Roxane)' 라는 인생상담란 기사 제목이다. 한 아이의 엄마인 43세의 미혼여성 독자가 44세의 미국 여성 작가 록산 게이(Roxane Gay)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영원한 수수께끼라 할 수 있다. 수많은 노래와 오페라, 연극과 영화, 시와 소설 그리고 수필로도 다뤄진 절박하고 절실한 소재가 아닌가. 사람이 한 평생 살면서 수많은 사람과 사물을 사랑할 수 있지만, 가장 자연스럽고도 특별한 사랑을 '로맨스'라 일컬어 우리는 동경하고 미화하며 선망해 왔다.

혹자는 짝사랑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답다 하기도 하고 진정으로 상대방을 사랑하는 경우라면 상대방을 괴롭히기는커녕 '당신의 행복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라도 기꺼이 떠나주는 게 참 사랑이라 하지 않는가. 소월의 시 '진달래꽃'에서처럼.


어렸을 적 내가 읽은 동화 하나가 평생토록 내 가슴앓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어느 벌 한 마리가 나비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나비는 벌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꽃동산과 꽃밭으로 꽃만 찾아다녔다. 벌은 너무 슬퍼서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몸부림쳤다. 밤하늘에 갑자기 두둥실 떠오르는 둥근 달이 마치 나비의 모습 같아, 벌은 하늘로 하늘로 기를 쓰고 높이높이 날아오르다 그리움의 숨이 차서 그만 찬 밤하늘 창문에 성에 쓸듯 달무리로 얼어붙고 말았다."

또 하나 사춘기 때 읽은 영국 시인 바네입 구지 (Barnabe Googe 1540-1594) 의 시 한 구절이 나를 포함한 수많은 남성들의 가슴을 대변해 오고 있다고 생각된다.

"나는 이 여인이 지나치는 모습 봤을 뿐이지만 내 목숨 다하는 날까지 이 여인을 사랑할 거야." - '사랑스럽고 상냥한 여인이 있지' 에서.

신비롭게도 이 영국 시인의 성(姓)인 구지 (Googe)는 '신(神)의 선물 (Gift of God)'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무조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축복 받은 지상 최고의 선물이 아니랴.

사람의 성씨와 이름을 뜻하는 성명(姓名)의 '성(姓)'이 계집 녀 '女' 변에 날 생 '生''인 것이 매우 흥미롭다. 말할 것도 없이 모든 생명은 여성에게서 태어나니까 조물주의 신성(神性)은 결코 남성일 수가 없고 여성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최근 일어나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은 지난 수천 년 동안 뒤집혀 온 우주와 자연의 질서를 바로잡는 일임에 틀림없다. 전쟁과 착취와 폭력을 일삼는 부계사회를 사랑과 양육과 평화를 도모하는 모계사회로 회귀시키는 혁명적인 과업 말이다.

아, 그래서 나도 청소년 시절 소우주 한 송이 코스모스꽃 같은 소녀를 짝사랑하다가 이제 대우주 코스모스를 품게 되었다. 그러니 누군가를 또는 뭔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곧 나 자신, 아니 온 우주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리.

<이태상/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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