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유투브에서 보트피플 난민에 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흑인 200여명 정도를 태운 한 작은 보트가 바다에서 떠내려 오자 이를 본 미국함대가 다가가 무조건 구명조끼를 던져주어 그들을 구조해 주는 장면이었다. 보트는 아주 작은데 난민들이 너무 빼곡히 타서 보트가 당장이라도 전복될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이를 외면하지 않고 우선 난민들을 구하고 보는 미국인들의 따스한 인간애에 그 때 크게 감명을 받았었다. 이들은 이렇게 살아서 남았지만 보이지 않게 죽어간 난민은 아마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몇해 전 파도에 떠밀려 내려오다 해변가에서 죽은 채 발견된 4살배기 난민 어린이의 비극적 사연이 그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인간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누구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인간이 행해야 할 태도이다. 하물며 만인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고 특히 가난하고 약한 자를 보살펴야 하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 그가 과연 세계 최강국의 지도자로서 취해야 할 기본 덕목이라도 갖춘 인물인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트럼프 정권은 최근 중미 이민자 행렬, 일명 ‘캐러밴(caravan)’ 유입을 막기 위해 5,000여명의 군 병력을 투입, 미국-멕시코 남부 국경을 원천 봉쇄하고 이 지역의 여행금지와 입국금지령을 발동한다, 혹은 멕시코 장벽을 더 높이 높이 쌓겠다는 등의 초강경적인 이민자 정책을 내놓고 있다.

또 불법입국자 망명신청 금지에 관한 행정명령으로 난민의 입국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방침도 불사하고 있다.

최근 국제이주기구(IOM)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멕시코 국경에서 미국을 넘어오던 불법이민자중 죽은 사람이 341명으로 지난해 296명 보다 15.2%나 증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밀입국자에게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망명신청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세계 최강을 달리는 미국은 이민자들에 의해 일구어진 나라이다. 특히 미국의 막대한 경제력은 불법체류자들의 값싼 노동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트럼프는 이제 미국의 기본 수정헌법마저 흔들면서 미국출생자의 지동 시민권취득 폐지에 관한 행정명령을 발동하겠다고 나섰다.

트럼프 발상대로 라면 이제 시민권은 인디언만 가져야 하고 나머지는 모두 영주하는 권한만 가져야 함이 마땅하다. 트럼트는 이미 시민권을 취득해서 정착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제 어디로든 갈려면 가고 말라면 말라는 식의 정책이 아니던가. 힘 있는 소수만을 존중하는 트럼프의 행정은 미국의 지도자가 취할 태도는 아니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를 내 집처럼 드나들며 철학을 탐구한 소크라테스나 탈레스 등 위대한 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모든 땅이 내 조국이라고 말했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도 “전 세계가 내 조국이다.” 라고 했고, 대작 신곡을 쓴 단테도 “전 세계가 내 고향”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한국에서 이곳에 이민 와서 시민권을 받고 살고 있지만 우리의 본국은 한국이고 이곳은 내 나라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가 또 어디로 가서 살면 그곳이 내 나라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왜 인종을 자꾸 차별하며 분리시키려고 드는가.

지금의 부강한 미국은 세계 각국의 수많은 두뇌들이 이민 와서 만든 것이 아니던가. 트럼프는 국가와 인종, 종교와 피부색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여 미국의 발전상을 가져온 지난 행적을 되살리면서 이민자들이 흘린 땀과 노고를 기억해야 한다.

트럼프는 이제 그동안 내려온 모든 관행들을 무시하고 미국을 찾아드는 행렬을 무조건 막아내는 데만 혈안이 되지 말고, 어떻게든 약자들을 구제해 미국의 발전상을 꾀할 길은 없을까 고민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