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 로또의 환상이여!복권의 꿈이여!

2018-11-02 (금)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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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을 휩쓸었던 로또 열풍이 한바탕 지나갔다. 당첨자는 아직까지 신분을 노출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거액의 당첨 소식을 듣고 심장마비로 저 세상 사람이 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좋을까? 로또의 환상은 커트 라인이 없다. 무제한으로 피
어오르는 솜사탕 구름같다. 복권의 꿈은 생각만 해도 사람들을 행복에 도취시키고 만다.

몇 해 전이었다. 금요일밤 집회에 설교 초청을 받고 볼티모어를 향하여 하이웨이를 달리고 있었다. 도로 곁에는 그 당시 사상 두세 번째의 거액인 6억7,000만 달러의 로또 광고가 운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들뜬 복권의 꿈이 캐나다 시민들마저도 국경을 넘어 와서 줄을 섰다는 뉴스도 나왔다.

네 시간을 운전하는 목사의 마음도 거금의 로또 환상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야! 저 로또 한 번만 맞으면, 우리 새 예배당 단번에 지을텐데…’ 그 때 우리 교회 상황은 14년 만에 새 예배당 건축허가를 간신히 받았지만 자금이 없어서 하세월 하늘만 바라보고 기도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지금 내 눈앞에 한 방에 끝내 줄 기적의 기회가 하늘로부터 주어졌다는 확신이 자꾸만 굳어져 가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복권 한 장이라도 사야 하겠지? 안 돼! 그럴 수는 없어!’ 평생 한 번도 복권을 구입해 본 적이 없었는데 안살거야!‘ 그래~ 상상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의 쾌감을 충분히 맛볼 수 있는데 굳이 1달러라도 허비 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는 것이 복권을 향한 나의 생활 철학이다.

복권의 꿈은 장거리 운전 졸음을 방지해 주는 각성제의 특효를 가지고 있다. 현지에 도착함으로 일단 꿈을 깨고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기다리던 교우들과 함께 저녁 식사하러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때 한 분이 먼 곳까지 오신 기념으로 큰 선물을 하겠다고 세븐 일레븐에 들어가 1달러짜리 복권 20장을 선물로 사주었다. 난 그 순간부터 온 세상이 내 품안에 있는 착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접어둔 로또의 꿈이 본격적인 날
개짓을 시작했다.

밤 집회를 마치고 자정을 넘긴 야심한 밤에 95번 하이웨이에서 아내는 졸음에 취하고 나는 끝도 없는 로또의 환상에 취하여 뉴욕을 향하여 질주하고 있었다.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사무실에 올라와서 인터넷을 열었다. 화면 아랫단에 로또 당첨! 깜빡깜빡 자막 뉴스가 떴다.‘ 와우! 이것봐라!’ 첫 뉴스는 이번 로또가 메릴랜드(MD)에서 팔렸다는 문자가 내 눈에 확~ 들어 왔다. 잠시 후에는 ‘볼티모어 카운티에서 팔렸다!’ 야! 이건 틀림없이 하늘이 주신 기회야! 곧 이어 이번 로또는‘ 볼티모어 세븐 일레븐에서 팔렸다!’는 자막이떴다.

난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와우! 빙고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할렐루야! 주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번호가 맞지않았다. 이번 16억 달러의 로또 당첨 확률은 자그마치 3억260만 분의 1이었다고 한다. 거의 불가능한 것을. 절대 아닌 줄 알면서도 거절할 수 없는 로또의 환상을 끌어 안아야 하나? 아니면 박절하게 내어 쫓아 버려야 하나? 이것이 문제로다.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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