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독성 농약 검출됐다고, 반드시 인체 해로운 것 아니다
▶ 잔류기준치 평생 먹어도 안전
농약은 농작물 재배에 반드시 필요한 농자재이다. 병해충을 막고, 잡초를 제거해 농산물 생산량 증대와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 목적에 따라 만들어진 농약은 어느 정도 독성을 가진 화학물질이다. 따라서 농약 사용자는 반드시 사용법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농민들은 안전사용기준을 지키지 않아 잔류농약 문제가 생긴다.
한편 잔류농약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면 대부분 검출된 농약은 맹독성이나 고독성 농약으로 보도되고, 조금만 검출돼도 인체에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은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농약관리법’에서 농약은 독성 정도에 따라 맹독성, 고독성, 보통독성, 저독성으로 구분된다. 국내에는 보통독성과 저독성만 사용이 허가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독성구분은 농약취급자 또는 농작업자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식품에 잔류된 농약은 이러한 독성구분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섭취해도 안전한가를 따지는 만성독성을 따져보아야 한다.
농약의 만성독성 위해를 줄이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농약 잔류허용기준 제도를 운영한다. 농약의 잔류허용기준은 국민이 평생 먹어도 안전한 수준을 정부가 정한 수치이다. 즉 농약이 검출됐다 해도 잔류허용기준 이내 농산물은 평생 먹어도 건강상 위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품에 잔류된 농약에서 생기는 인체 위해성은 독성과 잔류성에 따라 결정된다. 인체에 해로우려면 농약은 독성과 잔류성이 모두 있어야 하고, 어느 한쪽만 있으면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과수의 진딧물 방제에 사용되는 유기인계 살충제인 디클로르보스 및 모노크로토포스는 일일섭취허용량(ADI)이 각각 0.004와 0.0006 ㎎/㎏ b.w/day로 만성독성이 강한 농약이지만, 잔류성은 매우 짧다. 디클로르보스는 증기압이 매우 높아 공기로 빠르게 휘산되므로 실제 반감기는 10시간 이내이다. 모노크로토포스는 동물체에서는 24시간 내 60~65%가 오줌으로 배설되고, 환경 중에서 반감기는 1~5일 정도이다. 따라서 농약살포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지만 농산물에 잔류된 농약은 문제 없다.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 진열된 사과를 집어 들고선 농약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잘못된 편견이다. 일부 유기인계 농약을 제외하고는 농약은 냄새가 거의 나지 않기 때문이다.
농약은 식량의 안정적인 생산에 꼭 필요한 화합물임에도 불구하고 편견과 잘못된 사용으로 인해 농약 독성만 강조되는데 올바른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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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호 식품의약품안전처 유해물질기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