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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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축복

2018-10-29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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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생태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104)가 5월 9일 스위스 바젤에서 자신의 희망을 따라 안락사 하였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스위스는 안락사(安樂死)가 허용되는 나라이다. 구달 박사는 자신이 좋아하던 음악 베토벤 교향곡 9번의 마지막 장 ‘환희의 송가’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구달 박사는 마지막 인터뷰에서 “노인이 삶을 지속해야 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였다는 것이다.

생명은 매우 귀중하다. 그것은 나의 선택이 아니라 신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것을 싫으나 좋으나 받아야 하고 그것을 잘 가꾸어야 한다. 오래 산다는 것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생명을 훌륭하게 가꾸는 것을 가리킨다. 인간의 목적지는 무덤이 아니다. 나의 생명은 정직하며 그 생명을 빛나게 하는 것이 올바른 삶의 자세이다. 그러기에 얼마나 사느냐는 것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시간의 연장이 생명이라지만 신이 주신 생명은 시간과도 바꿀 수 없다. 하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평생이 걸릴지라도 어쩔 수 없다. 인간의 대부분의 노력이 안락(安樂)을 위한 투자이다. 그러나 생명은 안락과도 바꿀 수 없다. 잘 살았다는 말은 편하게 살다가 죽었다는 뜻이 아니다. 생명의 가치는 좀 더 높은 데에 있다.


흔히 성취(成就)에 대한 만족이 살고 싶어지게 하는 에너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생명은 만족의 성취와도 바꿀 수 없다. 생명을 사랑하기 때문에 무엇을 성취하는 것이며, 무엇을 성취하려고 생명이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바른 삶이란 받은 생명을 빛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인류학자 마아니 박사(Marney)가 중국을 방문하고 황하(黃河)를 바라보며 이런 감상을 썼다. “지난 2,000년 동안에 황하의 범람은 1,500 번이 있었다고 한다. 양자강은 연례적인 범람으로 수천의 생명을 앗아갔다. 옛날 모스코바의 역병은 25만 명을 죽였다. 일본의 관동대진재(關東大震災)는 단번에 10만의 생명을 사라지게 하였다. 지구의 자연재해는 해마다 약 20만 명의 생명을 사라지게 한다. 이렇게 큰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도 모르는 척 한다면 그는 살아있으나 죽은 것과 같지 않겠는가!”

귀중한 생명체인 인간의 행복은 건가하게 늙는 것이며 사람의 아름다움은 우아하게 늙는 것이다. 연륜이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그 정신과 영혼까지 주름이 잡혀서는 안 된다. 사람을 보기 흉하게 늙게 하는 다섯 가지 독약이 있다. 그것은 걱정, 의심, 두려움, 절망과 불신이다. 사람은 자기의 의심만큼 늙고, 희망의 크기만큼 젊게 살 수 있다. 우아하게 늙는 사람은 무슨 일에나 끼어들거나 간섭하려 하지 않고, 입을 열 때와 다물 때를 슬기롭게 선택하며, 같은 말을 중얼중얼 반복하지 않는다.

당신이 얼마나 늙었는지를 스스로 알아볼 수 있는 열 가지 테스트가 있는데 거기에 지금 대답해 보라. (1) 내 앞날에 대한 꿈이 안 보인다. (2) 야심의 불꽃이 분명히 꺼져가고 있다. (3) 일에도 취미생활에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4) 잚은 사람들과 가까이 하기 싫다. (5) 지난날들을 자주 생각하며 한숨짓는다. (6) 명랑한 시간보다 우울할 때가 더 많다. (7) 어쩐지 두렵다. 달력을 보고 싶지 않다. (8) 결정내릴 일, 책임질 일, 피해가 올만한 일은 피하고 싶다. (9) 걱정 없이 쉽게 살다가 죽었으면 좋겠다. (10) 10년 계획? 그런 소리는 하지도 말라. 일주일 계획 정도면 충분하다.

이런 늙은이의 요소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그것이 곧 젊게 사는 비결이 된다. ‘삶의 축복’이 어디서 툭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 노인의 특성들을 물리치도록 노력하는 것이 곧 젊어지는 비결이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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