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려워마세요”

2018-10-26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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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두려워하지 말라’ 이 말이 참 좋다.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려운 시험이나 사업의 부도 위기, 생활비 걱정 등 세상만사를 미리부터 겁먹고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다가 망치는 실례를 많이 봐 왔다. 다가온 시험 걱정을 하는 시간에 책을 한 자라도 더 보았으면 시험을 더 잘 봤을 것이고 사업이 부도날 까 걱정하는 시간에 그 사업 정리하면 된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을 유지하려고, 양손에 떡을 쥐고 가려니까 해결이 안되는 것이다.


이미 정해진 규칙이나 다가올 미래는 우리 힘으로 바꿀 수가 없다. 남은 힘을 미래의 위기를 준비하는데 써야 한다. 두려워하는 마음 대신 ‘그래, 와라, 내가 맞상대 해주마’ 하는 의연한 마음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오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고 두 팔 벌려 맞을 준비를 하자. 어느 새 두려움도 사라져버린 것을 느낄 것이다.

“북한으로부터 공식 방문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 고 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 검소하고 소박한 성품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평화의 사도로써 전세계의 고통과 분단의 현장을 두려움 없이 다니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북한을 형제의 나라라고 말로는 하면서도 내심 지난 70년간 억압되고 폐쇄된 곳인데 우리가 다가간다고 하여 활짝 마음의 문을 열까 하는 걱정과 두려운 마음이 있다.

구약성경 ‘이사야’ (41:10~13) 에도 나온다.
“두려워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또한 평상심(平常心)이란 말이 있다.
최근에 오대산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이 출판경영인 특별강연에서 두 가지 화두를 제시했다고 한다.

삶의 각박함과 피곤함에 병든 현대인이 치유를 위해 평상심과 수처작주(隨處作主,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도 얽매이지 않는 주체적 상태) 라는 두 개의 선불교 화두를 제시했다.
‘수심으로 사물을 집착하지 않고 명예든 재물이든 자기 자신이든 걸리지 않는 해탈을 할 때 진정한 행복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불교에서 평상심을 도(道))라고 했다. 마조도일(馬祖道一, 서기 709~788년)의 법어에 나오는 말로 ‘평소의 마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일부러 꾸미지 않고 이러니저러니 판단하지 않으며 마음에 드는 것만 좋아하지도 않고 멀리 떨어져 있는 마음’을 가리킨다.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는 자제력, 이는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일상생활에서 평상심을 유지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요즘 LA 다저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월드 시리즈가 한창이다. 마운드에 선 투수, 껌을 씹고 침을 뱉는 덕 아웃의 선수들 모두 긴장감이 역력하다. 선수들은 공 하나에 천문학적인 돈이 왔다갔다하니 그렇기도 하지만 관중들이나 TV앞 시청자들 모두 인간의 승부욕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보여준다.

한국선수 류현진이 나오는 경기를 지켜보던 미주한인들은 그가 월드시리즈 반지를 끼었으면 하고 바란다. 하지만 평상심, 이걸 유지하는 것이 우리나 류현진에게나 어려운 모양이다.

지난 19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리그 6차전 경기나 24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월드 시리즈 2차전에서 류현진은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가 하루빨리 평상심을 되찾아 ‘야구를 하여 행복한.’ ‘즐기면서 하는 야구’ 를 하기 기대한다.

흥분하지 말고 가라앉지도 말고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고, 잘하려고, 인정받으려고도 하지 말자. 최근에 건진 두 단어, ‘두려워마세요’, ‘평상심’, 당분간 이 말에 기대어 살고자 한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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