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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해외금융재산의 신고 - Ⅱ

2018-10-22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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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만 할 뿐, 세금이 없다. 신고에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신고를 안 하면, 재산의 절반을 잃을 수 있다. 세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이 있을까? 해외계좌 신고(Foreign Bank Account Report, FBAR)가 그렇다.

이런 상상을 한 번 해보자. 놀부가 어느 날 죽었다. 살아서는 한국 돈을 용케도 숨겼다. 그런데, 자녀들이 재산정리를 하다가, 한국 은행에 돈 있었던 것을 IRS에게 들키고 말았다. 그렇다면 IRS(또는 관련 기관)는 이제 와서 해외계좌 미신고에 대해서 벌금을 매길 수 있을까? 놀부는 이미 고인이 되었는데 말이다. 실제로 최근에 그런 케이스(U.S. vs Steven Schoenfeld)가 있었다. 이것 말고도,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별별 (납세자 입장에서) 억울한 케이스들이 다 있다. 누구는 돈이 없어서 고민인데, 누구는 돈이 많아서 고민이다.

'자수해서 광명 찾자‘는 OVDP. 이 프로그램은 이미 지난 9월 말에 끝났다. 남은 방법들 중 하나가, ‘간소화된 자진신고 절차(Streamlined Filing Compliance Procedures, SFCP)’. 이 방법의 장점은 과거 6년 중, 연말 최고 잔고의 5%만 벌금으로 내면(misc. title 26 offshore penalty), 한국에 있는 돈을 모두 갖고 올 수 있다는 것. 1억 원이 계속 있었어도 6천 달러만 내면, 머리 높이 들고 정식으로 갖고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조건은 까다롭다. 그 중 하나가 과거 3년 세금보고의 수정신고. 그런데 한국에서 비과세 소득(예컨대, 지분율 1% 미만의 상장주식 양도)이 없었다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2천만 원 미만의 은행이자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15.4%의 소득세를 아예 떼고(원천징수) 통장에 넣어주는, 다행히도 국민들을 모두 잠재적인 탈세범으로 간주하거나 국민들의 세금보고 비용을 줄여주려는, 국가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SFCP 절차는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나쁜 의도가 없었다는(no willfulness) 양식 14654에 진실 서약하는 부담도 있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 IRS의 세무감사도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문제는 본인이 너무 어렵게 (또는 너무 쉽게) 생각하는데서, 또는 그렇게 생각하는 전문가를 만났을 때 생긴다. 세상에 나쁜 회계사는 없다. 그저 무능하고 (나를 포함해서) 게으른 회계사가 더러 있을 뿐이다.

다음 주에는 조건만 맞으면 벌금이 하나도 없는, '누락된 FBAR 신고 절차 (Delinquent FBAR Submission Procedures)‘ 해결방법에 대해서 함께 공부를 해보자.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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